‘내부 고립자 파악’ 나섰던 소방… 2분뒤 외벽 무너지자 진입 금지
최근 3년간 샌드위치 패널 진화중… 문경화재 2명 등 소방관 7명 숨져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에서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 탓에 소방 구조 작업이 지연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다. 올해 1월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화재처럼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 불이 붙으면 단열재 부분이 급격히 녹아내려 붕괴 위험이 커진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당국 내부 문건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31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오전 11시 18분 현장 폭발과 함께 외부 벽재(샌드위치 패널)가 무너져 내리자 ‘내부 진입 금지’를 지시했다. 불과 2분 전인 11시 16분 ‘내부 고립자 현황 파악’을 시도했지만 샌드위치 패널이 붕괴하자 지시 내용을 수정한 것.
불길을 잡은 오전 11시 51분에도 내부 진입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됐다. 결국 오후 1시 59분이 다 돼서야 특수대응단이 내부 진입을 시작했다. 인명 구조 작업이 2시간 41분가량 지연되면서 소방당국은 오후 3시 6분에야 내부에 있던 시신을 처음으로 수습했다. 구조 작업이 지연돼 2층에 고립된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은 화재 시 전소 위험이 높다. 단열재 부분이 강한 열에 빠르게 녹아내리며 더 이상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조차 건물 붕괴로 고립돼 순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소방관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를 진압하다 사망했다.
현행 규제로는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2021년 말부터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 자재는 방화 성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하지만 소급 적용이 안 돼 기존 건물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개정된 규칙은 방화 성능 기준을 영상 700도 온도에서 10분 동안 버티는 ‘준불연’ 이상 재료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터리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리튬 배터리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리셀은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어떠한 산업안전 점검 및 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아리셀이 작업장에 출입구 외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위반한 게 아닌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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