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도 명칭도 못 정한채… 1년 미룬 유보통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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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곳, 내년 1000곳서 시범운영
하루 12시간 돌봄-무상보육 단계 확대
보육업무 교육청 이관 입법 지연
교사 자격 통합-모집방식 등도 난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해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유보통합 시행 시점이 지난해 정부가 밝힌 내년에서 2026년으로 1년 미뤄졌다. 정부는 이날 유보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명칭과 입학 방식, 교사 자격 통합 여부,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여전히 확실치 않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원하면 누구나 하루 12시간 영유아 돌봄


27일 교육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를 열고 유보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6년부터 운영되는 통합 교육·보육기관은 희망하는 영유아 누구나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하루 최대 12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거점기관을 통해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를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은 0세반을 기준으로 현재 1 대 3에서 앞으로 1 대 2까지 줄일 계획이다. 3∼5세반은 현재 1 대 12에서 1 대 8로 낮춘다. 현재 0∼2세만 혜택을 받는 무상 보육 대상은 내년 5세를 시작으로 2026년 4세, 2027년 3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교육부는 현재 ‘처음학교로(유치원)’와 ‘입소대기관리시스템(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있는 입학·입소 신청 창구 역시 11월부터 통합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상시 입학이 곤란했던 유치원에 대해서도 상시 입학제를 도입해 돌봄 공백을 없앨 계획이다.

정부는 유보통합 시범학교로 올해 100곳, 내년 1000곳을 지정하며 단계적으로 통합 기관을 늘릴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린이집 유치원 통합 방안이 연말까지 확정되면 관련 법은 내년에 최대한 통과시킬 계획”이라며 “(유보통합이 시행되면) 저출산에 대한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명칭은 영유아학교, 유아학교 등 검토

유보통합이 처음 추진되기 시작한 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하지만 교사 통합 등의 문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아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지난해 1월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시행해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군구청에서 담당하던 보육 관련 업무를 지방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시행도 1년 밀렸다.

이 부총리는 이날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게 유보통합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 이번에 분명한 모습을 선보인 만큼 70개 넘는 세부 과제를 차근차근 해 나가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미정인 대목도 많다. 통합 기관의 명칭에 대해 교육부는 “영유아학교, 유아학교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조속히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모집 방식도 유치원처럼 추첨제로 할지, 어린이집처럼 맞벌이와 다자녀 가정 등에 가점을 줄지 결정하지 못했다. 소요 재원 및 재원 확보 계획에 대해서도 이 부총리는 “시안이고 예산 협의 과정이 남아 있어 명확한 숫자가 제시되지 못했다”고 했다.

유보 통합의 가장 큰 난제인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사들에게 부여할 자격증을 통합자격증으로 할지, 0∼2세와 3∼5세를 각각 영아정교사와 유아정교사로 분리할지 정하지 못하고 1, 2안으로 나눠 발표한 것이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영유아 돌봄#유보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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