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부 플랫폼 감독 강화… ‘불법사채 원금 환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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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감원 직접감독’ 방안 검토
대부업체 기준 강화도 논의하기로
‘불법사채 무효’ 이르면 내주 발의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승강장에 설치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광고.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승강장에 설치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광고.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불법사채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을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직접 감독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과 정부는 법을 개정해 불법사채를 하다 걸리면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까지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무나 대부업체를 차리지 못하게 등록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2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중개 플랫폼의 감독 주체를 현행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금감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대부업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한국대부금융협회, 대부업 전문가와 함께 불법사채 근절 대책을 논의해 왔는데, 그중 플랫폼 감독 강화를 서두르기로 한 것이다.

플랫폼은 정식으로 등록된 대부업체의 광고를 보여주는 사이트로, 약 30개가 운영 중이다. 모두 지자체에 ‘대부중개업자’로 등록돼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금감원은 인력을 비정기적으로 파견해 감독을 간접 지원해 왔다. 하지만 지자체엔 대부업 감독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적어서 사실상 촘촘한 감시가 이뤄지지 못했고, 플랫폼을 통해 불법사채로 연결되는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이 직접 감독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올해 하반기(7∼12월)에 대형 플랫폼 업체가 몰려 있는 경기도부터 합동 점검을 하기로 했다.

국회에선 불법사채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는 개정법도 이르면 다음 주 발의된다. 현재는 불법사채로 처벌돼도 원금과 법정 이자(연 20%)는 보장해 준다. 이를 바로잡는 법안에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이고, 국민의힘도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22대 국회에서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정부도 이를 지원할 방침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이달 24∼28일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시리즈를 통해 플랫폼에 숨어 있는 불법사채 조직의 실태를 고발했다.

‘불법사채 계약 무효화’ 법개정 탄력… 민주당, 이르면 내주 발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법 개정 땐 원금-이자 다 돌려받아… 피해복구-불법사채 처벌 동시효과
금융당국 “국회 움직임 맞춰 개정… 대부업 등록 요건 개선에도 공감”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불법사채 근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불법사채 계약 무효화’다. 대부업법을 개정해 불법사채 계약을 무효로 하는 근거 조항을 추가하면,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게 된다. 피해 복구와 불법사채 조직의 일벌백계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 ‘불법사채 계약 무효화’ 법 개정 탄력


지금은 불법사채를 하다 걸려도 원금과 법정 상한(연 20%)의 이자를 보장받는다. 현행법상 20%를 초과한 이자만 범죄수익으로 보고 추징을 통해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 또 피해자가 업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 달라’고 소송해서 이겨도 법정 상한을 초과한 이자만 돌려받을 수 있다. 게다가 미등록 영업의 법정 형량도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금전적인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불법사채를 뿌리 뽑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와 국회는 2010년대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법 개정을 시도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불법사채 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화하는 법안(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 발의), 연 40%를 초과한 고금리 계약의 경우 원금과 이자를 무효로 하는 법안(민주당 이재명 의원) 등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전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불법사채 계약과 정상적인 개인 간 거래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부는 차선책으로 불법사채 피해자가 조직을 상대로 낸 계약 무효 소송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 복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해당 소송을 대리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계약 무효를 주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조항으로 계약 무효가 인정된 사례가 없다. 공단 관계자 역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는 다를 거란 기대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다음 주 불법 고금리나 미등록 영업을 하다 걸리면 모든 이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도 올해 4월 총선 공약으로 불법사채 무효화를 내거는 등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야 모두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도 국회 움직임에 맞춰 개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안을 어떻게 정교하게 만들지가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금전 거래였는데도 불법사채로 몰아가며 돈을 갚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계약 무효 범위와 대상을 세심하게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 “등록 요건 개선 필요성 공감”

금융당국은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지금은 통장 잔액 1000만 원과 한국대부금융협회 18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정식 대부업체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에 필요한 비용은 교육비와 수수료 등을 합쳐도 46만 원 수준이다. 불법사채 조직으로선 정식 대부업체의 가면을 쓰고 영업하기에 더없이 손쉬운 조건인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등록 요건이 낮아 자격 미달 업체들이 쉽게 진입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등록 요건을 너무 높이면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영세 업체들이 음지로 숨어들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법 개정에는 다소 시일이 걸리는 만큼 정부는 채무자 대리인 지원제도를 적극 알릴 계획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무료로 불법사채 피해자 대리인으로 선임돼 추심에 대응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대신해 주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대부 플랫폼#금감원 직접감독#불법사채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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