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처방 불만에 환자가 의사 찔러…개인병원 ‘안전 사각지대’

  • 뉴시스
  • 입력 2024년 6월 28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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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서 한 환자가 의사 흉기로 찔러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후 임세원법 도입
병상 100개 이상 병원은 안전, 의원급은 '불안'
전문가 "의사·환자 간 신뢰 관계 구축 중요"

ⓒ뉴시스
약 처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지난 25일 검찰에 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대형병원 내 의료진을 보호하는 ‘임세원법’은 마련됐으나 개인 의원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9일 살인미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해당 병원에 환자로 내원한 후 약 처방에 불만을 품어 흉기로 의사의 팔 등을 찌른 혐의를 받는다.

습격을 당한 의사는 “환자와 의사 간에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점점 불신의 골이 깊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의료진이 환자의 범행에 노출된 경우는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변이 발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폭행·상해 등의 범죄는 총 5859건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22년 실시한 ‘응급실 폭력 방지를 위한 대회원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 10명 중 8명꼴(78.1%)로 1년 동안 환자·보호자로부터 폭언 또는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임세원법)이 이듬해 4월 국회를 통과했다. 임세원법은 병상 100개 이상 의료기관 내 의료진 안전을 위해 보안인력 배치와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국에 병상 100개 이상인 의료기관 1072곳 중 960곳(90%)에 보안인력·비상벨이 마련됐다. 보안인력은 3051명(기관당 2.84명)이 배치된 상황이다.

이처럼 병상이 100개 이상인 ‘(상급)종합병원’ 내 의료진의 안전은 빠르게 보장된 편이나, 지난 19일 발생한 사건처럼 의원(1차 병원)급의 의료진 ‘생명줄’은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의원급의 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며 의료계와 환자 간 신뢰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세원법 발의 당시) 치과 의사가 칼을 맞는 사건도 있었다”며 “사실 의원은 1인이고 소수의 직원 2~3명만 데리고 일하기 때문에 (쉽게) 대처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개인 의원급에서 비상벨 설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건 비용 면에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보안 검색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도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 전 의원은 “의료 대란으로 (의사를) 악마화하고 불신하게 됐다”며 “이번 사건은 의료 대란으로 인한 부작용이자 폭력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설문을 해보면 폭행을 당했다거나 위협을 받았다는 게 많을 수 있다”며 의료진이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들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일단 의사들한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의료는 ‘수단 채무’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무조건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의료진 안전을 위한 법은 의미가 있지만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해서 입법하면 과잉 입법이 될 수 있다”며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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