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외국인 희생자 18명대상
‘직계존비속-형제자매’ 한정 허용
환경부, 유해화학물질 유출 측정… 화재발생 4시간 40분뒤 실시 논란
유가족들, 협의회 구성 “공동대응”
정부가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가족을 잃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본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자 화재 발생 나흘 만에 법무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 외국인 사망자 유족은 ‘무비자 입국’
28일 법무부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경우 공항에서 바로 입국을 허가해 주는 무비자 입국 조치를 27일부터 시행했다.
중국과 라오스 등 무비자 협약국이 아닌 국적의 사람은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당초 법무부는 유족들에 한해 비자 발급 서류를 줄이고,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대사관에 방문하기 어렵고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무비자 입국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은 화재로 사망한 중국인 17명과 라오스인 1명 등 18명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한정했다.
유족들은 28일부터 입국하기 시작했다. 딸을 잃은 채성범 씨(73·중국 국적)의 아내와 아들도 그동안 비자가 없어 애를 태우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몸도 아픈 아내가 이제야 딸을 보러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라오스 국적의 아내를 잃은 이재홍 씨(51)도 “아내의 가족이 비자가 없어 못 오고 있었다”며 “이제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28일 경기 시흥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한국인 사망자 A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망자 23명 중 빈소가 마련된 것은 A 씨가 처음이다. 사망자 신원 확인과 유가족 입국이 지연되면서 다른 사망자들은 빈소가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망자 전원에 대한 장례 절차가 끝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족들은 28일 협의회를 구성하고 장례와 보상 절차 등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협의회 측은 “사용자(회사) 측이 불쑥 찾아와 생색 내기식 사죄를 했다”며 “유족 전체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망자 전원의 신원이 파악된 가운데 이날도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남성 B 씨와 중국 국적 여성 C 씨는 부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여성과 40대 여성 두 사람은 일곱 살 터울의 중국인 자매였고, 두 살 터울의 20대 이종사촌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 화재 4시간 40분 후 유해물질 측정
노동 당국은 아리셀의 불법 파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중부고용노동청장)은 28일 브리핑을 갖고 “경기지청에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화재 발생 4시간 40분 후에야 화재 현장의 일부 유해화학물질 유출 측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화재 발생 후 현장의 유해화학물질 유출 농도를 측정한 결과 “검출이 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하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유해화학물질로 꼽히는 염화티오닐의 유출 측정은 24일 오후 3시 11분경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4시간 40분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강유역환경청(경기 하남시)과 화학물질안전원(충북 청주시) 모두 현장과 거리가 먼 데다 염화티오닐 측정이 고성능 장비를 요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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