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틀새 1년 강수량 30% 내려… 초반 장맛비, 예년의 2배에 달해
서울은 단기간 폭우뒤 소강상태
10일까지 장마전선 남북 오락가락… “저기압 영향 중부 도깨비 폭우 주의”
장마가 지난 주말 수도권으로 확대된 가운데 제주 산간 지역의 경우 장마 시작 후 누적으로 600mm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에는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100mm 안팎의 비가 내린 후 비구름이 자취를 감췄다. 지역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극명하게 다른 국지성 호우가 장마 초반부터 재연되는 모습이다. 또 초반 강수량이 예년의 2배에 달하며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3일에는 중부 지역에 장맛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보돼 서울 등 수도권에 극한호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제주 서귀포, 시간당 강수량 기록 경신
초반 장맛비는 제주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제주 한라산국립공원에는 지난달 29일 0시부터 30일 오후 5시까지 365.0mm의 비가 퍼부었다. 서귀포에도 257.0mm의 많은 비가 내렸는데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55.5mm로 6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7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마 시작 후 제주 지역 누적 강수량은 이미 600mm를 넘었다. 제주 지역 연간 강수량이 1200∼2000mm인 걸 감안하면 연간 강수량의 30∼50%가 장마 초반에 내린 것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일 최대 순간풍속은 한라산 삼각봉의 경우 초속 28.3m(시속 약 102km), 제주공항은 초속 24.7m(시속 약 89km)를 기록했다. 이는 태풍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풍속이 초속 20m 이상이면 사람이 제대로 걷기 어렵고, 초속 25∼33m일 때는 지붕 기왓장이 날아갈 수 있다.
남부 지방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지리산 인근 전남 구례와 경남 산청은 각각 218.0mm, 207.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지난달 29일 밤부터 단시간에 79.5mm의 강수량을 기록한 뒤 30일 오전부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번 장마의 특징은 이처럼 지역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과 초반부터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전국에 내린 비의 누적 강수량 평균은 61.9mm로 평년의 201.9%에 달한다.
30일 잠시 주춤했던 장맛비는 1일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1, 2일 이틀 동안 제주 지역에는 최대 150mm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됐다. 호남 지역에는 최대 120mm 이상, 부산·경남 지역에는 최대 100mm 이상이 더 내린다. 반면 비가 안 내리는 중부 지방은 주말에 내린 비로 습도가 높아져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등 중부 지역의 경우 서해를 지나며 뜨거운 바닷물로부터 열과 수증기를 얻어 발달한 저기압이 정체전선(장마전선)과 만나면서 2, 3일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 전선 잡아당기는 저기압에 ‘도깨비 장마’ 우려
기상청은 최소 이달 10일까지는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락가락하며 곳곳에 비를 뿌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체전선이 남부 지방에 주로 머물며 전라 경상 지역 등에 비가 자주 내리는 한편 중부 지방은 저기압의 영향으로 단기간 국지성 호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해에서 밀려온 저기압이 순간적으로 정체전선을 고무줄처럼 위로 잡아당기며 중부 지방에 도깨비 폭우를 만드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지구 온도가 높아진 탓에 장마철은 물론이고 장마철이 지난 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는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상황에서 추가로 장맛비가 내릴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으니 안전에 특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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