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소했는데 햇빛 눈부시네” 기상청 못 믿겠다 시끌…전문가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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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1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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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린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시민들이 비바람에 우산을 펼치고 있다. 2024.6.30/뉴스1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린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시민들이 비바람에 우산을 펼치고 있다. 2024.6.30/뉴스1
“아뿔싸, 또 기상청 당했다!! 오늘 비 안 온다. 오늘”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상청 일기예보 정확성에 대한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 주말 일기예보를 보고 여행과 야외활동을 취소했는데 정작 비가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1일 오전 ‘오늘 날씨’ 관련 기사에 한 누리꾼은 “여행 취소하고 출근하는데 햇빛이 눈 부시네…기상청아, 시간마다 바뀌는 예보가 다 있냐?”고 불평했다. 전날 ‘대한민국 기상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기상청 아니고 중계청, 이것도 반만 믿어야 하니…참 세금 아깝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온라인상에는 ‘일기예보 안 맞는다’, ‘기상청 못 믿겠다’는 내용의 누리꾼들 불평·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 29일부터 전날까지 실제 강수량은 예상 강수량과 거의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일기예보 정확도가 세계 10위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상 기후로 예측이 더 어려워졌고 예보의 주목적은 ‘레저’가 아닌 ‘재난 대비’라고 강조한다. 예보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재난 예보에 대한 대응을 소홀하게 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기상 정보 비주얼 맵인 어스윈드맵으로 확인한 이날 오후 14시 한반도 주변이 기온과 불쾌지수로 붉게 표시되고 있다. (어스윈드맵 캡처)2024.6.19/뉴스1
세계 기상 정보 비주얼 맵인 어스윈드맵으로 확인한 이날 오후 14시 한반도 주변이 기온과 불쾌지수로 붉게 표시되고 있다. (어스윈드맵 캡처)2024.6.19/뉴스1
◇“일기예보, 100% 맞는 게 비정상”…기후 변화로 예측 더 어려워져

예보(豫報·prediction)는 어원 그대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당연히 틀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일기예보가 안 맞는 게 정상”이라며 “일기예보는 물리학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비선형·비평형적 예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기예보가 맞는 것 자체가 기적인데 사회적 인식은 굉장히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극심한 기후 변화로 과거에 비해 기상 예측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일기 예측을 위해 고려할 부분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예보관 경험’”이라며 “(기후변화에 의해) 예보관이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비가 내리면 기존에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값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어서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체감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시차’ 문제도 작용한다. 주 초반 일기예보를 기준으로 주말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취소 이후에는 일기예보를 안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주말에 비가 오지 않으면 기상청을 원망하게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예보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주 중반에 비가 오지 않은 것으로 예보가 바뀔 수도 있다. 결국 시민들은 일기예보가 또 틀렸다고 인식하는 반면 기상청 입장에서는 정확한 예보를 한 셈이 된다.

29일 오후 2시36분쯤 전남 여수시 미평동에서 장마로 인해 도로가 무너져 소방당국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전남 여수소방 제공)2024.6.29/뉴스1
29일 오후 2시36분쯤 전남 여수시 미평동에서 장마로 인해 도로가 무너져 소방당국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전남 여수소방 제공)2024.6.29/뉴스1
◇“도시민들의 야외활동을 위한 서비스 아닌…심각한 재난 경고로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일기예보를 단순히 출근길 우산을 챙길지 말지 결정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자연재해나 기상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재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기상청을 비난하고 불신하는 것은 향후 예기치 못할 재해·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특히 도시화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매우 가볍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며 “일기예보가 주말 나들이 일정에 방해가 되면 굉장히 불평을 많이 하는데 일기예보는 도시 사는 사람들의 레저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일기예보는 혹시 모를 재해와 재난에 의해 닥칠 엄청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차원”이라며 “기상청은 재해·재난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기예보가 틀렸다고 비판하기 시작하면 예보 가치와 신뢰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우리나라는 폭우, 폭설, 태풍 등 재해에 대비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우 통보관 역시 “태풍 온다고 하면 미연의 방지를 위해 대피 등 조치하셔야 하는데 ‘오나 안 오나 두고 보자’ 하시는 분들이 꽤 있고 위험의 심각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예보는 맞고 틀리고 문제로 접근하시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민간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 소속 반기성 기상센터장은 “우리나라 기상청은 전 세계 10위권 내외로 예보 정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며 “1, 2위 하는 미국과 일본 기상청도 많이 틀리지만, 우리나라처럼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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