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살아도 놀 때는 다 함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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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인가구 프로그램 마련
요리-운동-문화강좌 등 다양
전체 가구의 40%가 홀로 거주
“집단상담 등 맞춤형 행사 늘릴 것”

지난달 21일 서울 구로구가족센터 옥상에서 열린 ‘도심 속 옥상 힐링 캠핑 구로스테이’ 참가자들이 골뱅이무침 등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1인가구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216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21일 서울 구로구가족센터 옥상에서 열린 ‘도심 속 옥상 힐링 캠핑 구로스테이’ 참가자들이 골뱅이무침 등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1인가구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216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양배추를 썰어서 여기에 넣는 게 맞을까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가족센터 옥상. 주렁주렁 매달린 알전구로 장식된 건물 옥상에서 양배추를 썰던 직장인 김창완 씨(31)가 맞은편 팀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양파를 다듬던 팀원이 이리저리 살피더니 “맞는 것 같다”고 하자 김 씨는 잘게 썬 양배추를 빈 그릇에 옮겨 담고 양념장과 다른 채소를 넣어 버무리기 시작했다.

● 혼자 사는 사람 모여 ‘옥상 캠핑’

이날 옥상에서 펼쳐진 요리 마당은 구로구가 1인 가구를 위해 마련한 ‘도심 속 옥상 힐링 캠핑 구로스테이’의 프로그램이다. 금요일 밤 혼자 산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이들은 어색한 듯 인사를 나누다 분주히 요리를 시작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요리를 시작하자 양파는 어떻게 써는지, 양배추는 어디에 넣으면 되는지 등을 도와가며 한층 친밀해졌다. 이들이 완성한 메뉴는 골뱅이무침과 상추겉절이. 준비된 고기와 만든 반찬도 그릇에 나눠 담았다. 가족센터 관계자가 “우리는 1인 가구지만 서로 ‘자립’하고 ‘연대’하며 살아가자는 의미로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구호를 외치자”라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음료수가 담긴 잔을 들고 구호를 따라 외치며 식사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건강한 식사’와 ‘관계망 형성’을 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꼽았다. 8년째 홀로 산다는 김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식재료가 남을까 봐 요리를 자주 해 먹지 못했는데 1인 가구끼리 모이니 직접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 씨(33)는 “‘불금’에 퇴근 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도심 속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라며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모여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다 보면 건강한 사회관계망 만들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찬윤 씨(30)는 “서울 시내 여러 자치구의 1인 가구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사이클 운동인 ‘스피닝’을 즐기고 있다”며 “1인 가구 프로그램이 혼자 사는 이들을 이어주는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체 가구의 40% ‘나 혼자 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총 409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38.2%(156만 가구)로 10가구 중 약 4가구가 혼자 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혼자 사는 사람이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25개 자치구의 ‘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지난달 총 216개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모집했다. 운동, 문화체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달 8일 ‘서울둘레길 걷기’ 코스에 참여한 박현민 씨(31)는 “둘레길을 걷고 난 후 ‘혼밥’ 메뉴로 먹기 어려운 보쌈을 다 같이 먹었다”라며 “혼자 살다 보니 무언가를 시도하기 두려운 경우가 많은데, 시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주니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생애 첫 종잣돈 만들기, 은퇴설계를 위한 투자전략 등 1인 가구를 위한 경제교육도 진행된다. 이혼으로 1인 가구가 된 이들이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독립심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인 가구 누구나 집이나 직장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인가구 프로그램#옥상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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