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몽골 봉사활동
심장병 어린이 75명 정밀 검사… 4명은 한국서 무료로 수술하기로
30년 넘게 개도국에 치유의 손길… “복합 질환자 현지 치료론 부족
의료진 파견 봉사 이어나갈 것”
지난달 19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시의 한 종합병원. 한국에서 온 의료봉사단이 심장병 진료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어린이와 부모들로 북적였다. 심장병에 다운증후군이 있는 이더자브클란 군(5)과 아버지 아르낭 게렐르 씨도 애타게 순서를 기다렸다. 울란바토르에서 무려 1350km나 떨어진 지역에서 이 병원을 찾아오는 데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게렐르 씨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데다 몽골에서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어서 한국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수술을 받기 위해 먼 길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달 18∼23일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돌아왔다. 국내에서 의료계 휴진 사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치료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한국 의료진을 기다리는 어린이 환자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창휴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안경진 소아심장과 교수, 김현희 선임 간호사, 연소영 사회사업팀장 등이 봉사단원으로 파견됐다.
봉사단은 이번 의료봉사 기간에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정밀 초음파검사를 시행했다. 1명을 상담하고 검사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렸지만 최, 안 교수는 꼼꼼하게 어린이들을 진료했다.
봉사단에 반가운 얼굴도 찾아왔다. 지난해 길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고 몽골로 돌아간 어린이 10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봉사단을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거제첵 양(8)의 부모는 ‘귀한 손님은 집으로 초대해 대접한다’는 몽골 문화에 따라 봉사단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봉사단은 검사를 받은 어린이 가운데 4명은 수술이 절실한 상태라서 11월에 길병원으로 초청해 무료로 수술해 주기로 했다. 해외 의료봉사에서 검사한 어린이 환자를 초청해 수술할 경우 추가 치료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몽골의 경우 국민들의 생활 수준에 비해 의료비가 워낙 높은 데다 판막 질환이나 폐동맥고혈압, 다운증후군 등과 같은 복합 질환이 있는 경우 현지 의료 수준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봉사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길병원은 1992년부터 몽골, 필리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초청해 치료해 왔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은 높지만 산모 건강에 대한 사전 관리가 부족해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신생아의 비율이 높아서다. 치료에 앞서 현지에 봉사단을 파견해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를 정밀하게 진단한 뒤 수술이 필요한 경우 병원으로 초청해 치료해 왔다. 지금까지 몽골 208명을 포함해 모두 448명의 어린이가 길병원에서 건강한 심장을 선물받고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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