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싹쓸이 막아 제주 어장 지키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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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서 ‘황금어장’ 제주로 몰려와
1년 치 어획량 한 번에 잡아가… 불법 조업 국내 어선 6년간 269척
도, 조업 금지 구역 확대 추진… “주변 12해리 이내까지 늘려야”
지속적 암행 단속도 나설 방침

2022년 1월 7일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삼치 약 15만 마리(480t 규모)가 20억여 원에 위탁 판매됐다. 이 삼치는 한 대형선망 선단이 제주 추자도 근처 해역에서 조업한 것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2022년 1월 7일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삼치 약 15만 마리(480t 규모)가 20억여 원에 위탁 판매됐다. 이 삼치는 한 대형선망 선단이 제주 추자도 근처 해역에서 조업한 것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2022년 1월 7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삼치 약 15만 마리(480t 규모)가 경매에 올라와 20억 원 이상에 팔렸다. 이 삼치는 국내 한 대형선망 선단이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것이다. 480t은 추자도 전체 어민의 1년 치 어획량과 맞먹는다. 2021년 12월 14일에도 부산공동어시장에 참돔 2만5000마리가 한 번에 매물로 나왔다. 이 참돔 역시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어획한 것으로, 1억5000여만 원에 판매됐다.

삼치, 참돔 대박 소식은 제주에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지는 계기가 됐다. 다른 지역 어선의 싹쓸이, 불법 조업에 속앓이를 해왔던 어민들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다른 지역 어선이 제주 주변 수역까지 몰려오는 것은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황금어장’이기 때문이다. 제주 바다는 돔, 고등어, 한치 등 난류성 어족의 회유(回游)와 서식, 산란장 역할을 하면서 어획량이 풍부하다.

이로 인해 중국 어선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어선까지 불법 조업을 벌이는 상황이다. 실제 제주에서 최근 6년간 불법 조업 혐의로 적발된 국내 어선은 2016년 82척, 2017년 102척, 2018년 27척, 2019년 14척, 2020년 20척, 2021년 24척 등 총 269척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제주해경에 적발된 불법 조업 중국 어선 181척보다 많다.

제주도는 삼치 대박 소식을 접한 직후인 2022년 1월 해양수산부에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공식으로 요청했다.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에서 조업 금지 구역으로 규정한 ‘제주도 본섬 기준 대형선망 7400m 이내, 근해안강망 5500m 이내’가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다. 제주도는 대형선망 어선의 무분별한 조업으로 인한 어장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형선망 제주 주변 12해리(약 2만2224m) 이내’로 조업 금지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업 구역 조정 문제는 어업인의 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 간, 업종 간 이해가 첨예해 21대 국회에서는 법을 개정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22대 국회에서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위한 입법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특히 법제, 행정, 해양, 지역 행정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제주 바다 자치 실현 워킹그룹’을 통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 워킹그룹은 2026년까지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위한 법제 연구 및 입법 추진 방식, 제주특별법 권한 이양 등을 논의한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암행 단속’도 하고 있다. 올 2월 제주도 공무원 5명은 추자도 어민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 참돔 410여 kg을 불법 어획한 전남 진도 선적 어선을 적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22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서는 한편 추자도 해역에서 고급 어종을 노리는 불법 조업이 빈번해 암행 단속도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제주#부산공동어시장#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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