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재임 기간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성과로 가장 먼저 꺼낸 건 ‘일반고 살리기’였다. 조 교육감은 “공교육의 뿌리인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자 했다”며 “학교와의 법적 다툼 등 분투 끝에 지난 정부에서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가 도입을 주도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학생 인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분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가 대표 성과로 내세운 두 정책은 모두 논란 끝에 백지화된 것들이다. 조 교육감이 ‘혁신 교육의 정체성’이라고 했던 자사고·외국어고 폐지 정책은 현 정부 들어 뒤집혔고 자사고와 외국어고는 올 1월 존치가 확정됐다.
그가 학생 인권 기반의 근간으로 꼽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에 치중한 결과 교권 추락을 가져왔고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으며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폐지안이 확정됐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학생 인권 기반이 처참히 무너졌다”며 대법원 제소 방침을 밝혔지만 충남에서도 폐지되는 등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조 교육감은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논술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발언 등도 했지만 힘이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개입 혐의에 대한 확정 판결이 조만간 대법원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교육감은 1,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대법원에서 해당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이 박탈된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기도하는 심정”이라고만 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은 무려 A4 용지 22장에 달했다. 10년 동안 재임한 만큼 성공한 정책도, 실패한 정책도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반성과 고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웠다. 부족했던 점 역시 고백하고 보완책을 약속했다면 좀 더 진정성 있는 10주년 기자회견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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