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두 아이의 엄마가 목발 없이 의족을 차고 처음으로 걷는 모습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들은 엄마의 첫걸음을 응원했다.
초희귀암 중 하나인 염증성 근섬유아세포종을 앓아 2년 전 왼쪽 골반 아래를 절단한 전혜선 씨(45)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목발 없이 처음 걸었다”며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을 보면 전 씨가 왼쪽 다리에 의족을 찬 채 방에서 거실로 걸어 나온다. 전 씨는 두 팔을 벌려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디딘다.
전 씨 뒤에는 혹시나 엄마가 넘어질까 봐 걱정하는 아들이 바짝 붙어 따라오는 모습이다. 영상을 촬영하던 딸은 전 씨가 잠시 휘청하자 “조심해 엄마”라고 말한다. 전 씨는 “(목발) 한쪽이라도 짚을까”라고 말하면서도 걷는 내내 밝은 표정을 보였다.
2019년 암 진단을 받은 전 씨는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암이 왼쪽 허벅지 전체로 전이돼 패혈증과 골반 절단 수술을 받는 등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2회차 인생’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전 씨는 “오늘은 의족을 맞췄던 업체 사장님이 집에 방문하신 날이다. 목발 없이 걸어보라고 하셔서 아직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뒤에서 잡아주신다길래 무서운 마음을 안고 걸어봤다.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장님이 가신 뒤 아이들이 있을 때 서 있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싶어서 의족을 착용했다. 목발 없이 걸어볼까 싶어서 한 걸음 걸어봤는데 ‘오, 될 것 같은데’ 싶었다”며 “또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그렇게 거실까지 걸었다.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내가 목발을 놓고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자신감이 다시 올랐다”며 “정체기가 있으면 다시 일어나는 시기도 오나 보다. 혹시 또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점점 생기고 있다”고 했다.
전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 누리꾼은 “천천히 조금씩 한발 두발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한 손엔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른 한 손엔 딸아이의 손을 잡고 여유롭게 공원 산책하시는 날이 금방 올 거다. 응원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누리꾼들도 “아이가 뒤에서 엄마 넘어질까 봐 잡을 준비하는 모습에 울컥했다” “아이들 앞이라 약한 모습 안 보이려고 웃으면서 걷는 연습을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 감동스럽다” “넘어져도 잡아 줄 가족이 있으니 파이팅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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