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곧 타니 앞자리 비워주세요”…광역버스 기사의 쌍둥이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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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3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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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임산부가 탈 예정이니 자리 좀 옮겨주세요.”

쌍둥이 임산부가 매일 아침 만난 버스 기사의 이 같은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버스 기사님께 사례, 오지랖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7월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밝힌 A 씨는 “임신 후 출산 휴가, 육아휴직도 미처 쓰지 못한 채 생각보다 너무 이른 12월에 조산했다. 이제야 틈이 생겨 의견을 구해보고자 글을 쓴다”고 입을 열었다.

글에 따르면 A 씨의 출퇴근 거리는 경기 남부에서 서울 서초구로, 대중교통으로는 편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걸린다.

A 씨는 “결혼, 임신 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배지를 보지 못할 수 있으니 차라리 앉지 말자’고 생각하고 임산부 배려석은 꼭 비워뒀다. 일반석이어도 배려해 주시곤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들께 제 자리 양보를 바란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임산부 배려석을 배려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그는 “배가 나오기 전은 물론이고 쌍둥이라 그런지 마른 몸 때문인지 16주 이전부터 배가 빨리 나오기 시작했지만 일반 승객분들께 양보는 한 번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하철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광역버스만 이용했다고. 그는 “사실 조산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회사에서 출퇴근 시간을 사람 덜 붐비는 시간대로 조정해 줘서 재택근무 하기 전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 기사님을 출근할 때 만났다”고 말했다.

의아했던 점은 어느 순간부터 A 씨가 탈 땐 맨 앞자리가 꼭 하나씩 비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A 씨가 줄 맨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기사님의 배려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버스 기사가 문을 열면서 앞에 앉아 있는 승객에게 “앞쪽에 앉아 계신 분, 죄송하지만 여기 임산부 타실 거라서 자리 좀 옮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A 씨는 “그 이후 자세히 보니 제가 줄을 좀 뒤쪽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 정차하면서 쓱 훑어 저를 먼저 찾으시더라. 그다음 저를 보면 앞쪽 승객분께 말씀하고 계셨다”며 “제가 뒤쪽에 있어서 앞에 타시던 분이 미리 비워둔 자리에 또 앉아 버리시면 다시 양해를 구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직 들어가기 전에 기사님께 편지와 사례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급격히 배가 나와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재택근무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조산하게 돼 아무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고 속상해했다.

그러면서 “이른둥이 케어에 육아에 치이고 보니 벌써 반년이 흘렀다. 그분이 아직 같은 시간에 근무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버스 회사 통해서라도 기사님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임신 기간 중 유일하게 배려받은 경험이라 저에겐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적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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