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지휘’ 송경호 부산고검장 “나를 탄핵해야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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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부산고검장. 2022.10.18. 뉴스1
송경호 부산고검장. 2022.10.18.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2년 동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이 “나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며 비판 글을 올렸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 고검장은 이날 오후 3시경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이 위헌·위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송 고검장은 민주당을 향해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022년 5월부터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 고검장은 또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을 통해서 민주당의 검사탄핵이 위헌탄핵, 위법탄핵, 사법방해탄핵, 보복탄핵, 방탄탄핵에 명백히 해당됨을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겠다”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인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수사, 재판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행위” “야만적 사태” “광기어린 무도함” 등의 강한 반발이 쏟아졌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36분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이 게시됐는데, 이 게시물에는 검사들이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100여개 달렸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댓글을 통해 “우리나라 법치가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삼권분립이 명확히 규정된 헌법 하에서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 등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와 재판을 맡고 있는 김유철 수원지검장은 “위헌, 위법, 사법방해, 보복, 방탄. 총장님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합시다”라고 썼다. 전국의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도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한 공직자를 탄핵하는 나라를 그 누구도 법치국가라 부를 수 없다”며 “탄핵이 정치적 무기가 되고 사적 보복의 수단이 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검사장들도 잇달아 댓글을 올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있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이라면서 “입법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썼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몇 년새 광기어린 일부 인간들의 무도함이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그들은 훗날 역사 앞에 이 죄를 어떻게 씻으려는지 궁금하다”고 했고, 박재억 인천지검장은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는) 권력분립이라는 헌법 원칙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사나 재판관여 목적이어서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검찰동우회도 민주당을 규탄했다. 한상대 검찰동우회장은 입장문에서 “탄핵사유가 근거없음이 명백함에도 억지논리를 앞세워 이재명 담당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검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분석하고 탄핵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수집하는 등 본격적인 내부 대응 태세로 돌입했다. 검찰은 탄핵소추안에 담긴 내용들의 사실관계를 반박하고 법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대외 설명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대응도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권한의 범위에 대한 다툼이 생겼을 때 헌법재판소가 중재하는 제도다. 다만 아직은 발의 단계인 만큼 법적 대응에 바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탄핵소추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민주당#검사 탄핵소추안#송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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