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시는 아빠께 심심한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현장을 찾은 한 학생의 글이 눈길을 끕니다.
이화외고를 다니고 있다고 밝힌 학생은 주변에서 한참을 배회하며 국화가 놓여지는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더니 편의점에 들어가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밖으로 나온 학생은 헌화한 뒤 편지를 부러진 가드레일에 붙이고는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묵념했습니다.
연습장을 뜯어 작성된 해당 편지에는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끝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아홉 분의 명복을 빕니다”로 시작해 “나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라며 소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인근 자영업자, 퇴근길 직장인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슬픈 얼굴로 헌화하고 묵념을 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오늘은 사고 희생자의 지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붙었습니다. “나야~ 너무 아팠지…. 너무 늦게 왔지”라며 “이승에서 고생 많았지, 보고 싶다”라고 추모의 글이 남겨졌습니다. 또 다른 편지는 비타민 음료가 올려진 채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국인이”라며 “이 사건에 참담함을 느낀다는 저의 진심을 꼭 알아주시고, 부디 하늘에선 행복하게 푹 쉬시길 바랍니다”라고 추모했습니다.
사고 발생 다음 날 오전부터 하나둘씩 놓였던 국화를 시작으로 이제는 음료, 소주, 커피, 편지 등 다양한 추모의 마음이 쌓이고 있습니다. 승진을 하고 기뻤던, 사무실로 복귀하던,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평범한 이들의 비극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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