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던 장맛비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가 4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다시 강하게 쏟아질 전망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중반까지 역대급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시작된 장맛비는 이달 2일까지 제주에서 누적 강수량 평균 392.4mm를 기록하며 1973년 이후 장마철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내렸다. 제주 일부 산간지역의 경우 누적 강수량이 700㎜를 넘었다. 강원 지역 누적 강수량도 110.2mm로 역대 두 번째다. 수도권과 충청지역에도 평년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장마는 최소 13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남은 기간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에 따라 역대 장마철 누적 강수량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은 4, 5일에도 수도권에 최대 100mm, 충청 지역에 최대 150mm 이상의 장맛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5일 오전 전북과 충청권에는 시간당 30~50mm의 ‘물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미 많은 비가 내렸지만 여전히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는 만큼 산사태, 토사 유출, 침수 사고 등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초반에 장맛비가 집중됐던 제주와 경상, 전라 등 남부 지방에는 이틀 동안 상대적으로 비가 덜 내릴 전망이다. 대신 남부 지방 곳곳에선 약한 비와 함께 폭염 및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 3일에도 제주엔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7월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가량 빠르다.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전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등에서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또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부산, 경북, 전남 등 남부 지방 곳곳에서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관측됐다. 열대야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가 내리다 그친 지역은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높아지며 열대야를 나기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장맛비와 찜통더위가 동시에 찾아오는 건 중국 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때문이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가는 사이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통과하는데, 그 위력에 따라 폭우가 내리는 지역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때 정체전선의 영향을 벗어난 곳은 그동안 내렸던 비 탓에 습도가 더해져 체감온도가 오르고 불쾌지수도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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