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항소심 재판이 다음달 시작된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첫 공판을 다음달 21일 오후 2시 진행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재판 개입과 법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사법부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 조직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청와대·외교부 지원을 얻기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 확인 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관련 소송의 향방 등에 대한 문건을 작성하게 하는 등 직무상 권한을 남용했다는 게 공소사실 핵심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해 파견 법관을 통해 내부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명부를 만들어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직권을 남용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기소 이후 290여번의 재판을 거친 끝에 1심 법원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 행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이를 남용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고,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직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거나 남용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바가 없어 직권남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이 같은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일부 재판 개입에 대한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과의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직권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 2월 항소했다.
한편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임 전 차장을 포함해 3명만이 유죄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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