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의사 위주 의평원 바꿔야” vs 의료계 “부실 의대 통과시키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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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의 교육여건 개선 지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2024.7.4 뉴스1
교육부가 4일 “현재 의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이사회 구성 등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평원은 전국 의대의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단계적 정원 감축이나 모집 정지, 졸업생의 국가고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을 받는다. 과거 서남대가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해 폐교된 사례도 있다.

정부가 의평원 이사회 구성을 바꾸려하는 걸 두고 의료계에선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자 아예 의대 인증 기준을 바꿔 부실 의사를 양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 “의사 위주 의평원 이사회, 다양화돼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 교육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달 4일자 동아일보 보도 등을 거론하며 “(안덕선) 의평원장이 의학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어 “정부는 해당 단체가 당초 설립 목적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촉구한다”며 “의평원은 의사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와 재정 투명성 등 운영의 적절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이미 요청한 사항들을 신속히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의평원이 전문성 위주로 운영됐지만 의료개혁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현재 (의사 위주) 전문가 중심의 운영체계에서 소비자 단체, 교육 민간 전문가 등 공익대표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평원 이사회는 총 22명 중 정부대표 1명, 공익대표 3명(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각 1명)을 제외한 대다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및 부회장,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 의사들로 구성돼있다. 오 차관은 “의평원에서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의평원장 “이사회 구조는 의대 평가와 별개” 반박
안 원장은 이날 교육부 브리핑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조차 표할 수 없는지 당황스럽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의대 평가인증 결과가 신뢰도가 낮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 따르면 정부에서 의평원 이사회 관련 권고가 내려온 것은 올 3월로 △이사회 재구성을 통한 예산 지원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이사회 공익대표 선정시 의료 소비자단체에서 추천한 이사 추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의평원은 2004년 의학교육계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민간 비영리 단체다. 2014년부터는 5년마다 교육부로부터 의과대학을 평가인증하는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아 왔다. 안 원장은 “의평원은 의료계에서 자율적으로 설립했고 의료계에서 재단 설립을 위해 재원을 십시일반 출연해 이사회 구성이 (의사 위주로) 됐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정부의 권고에 대해 “특정 직군이 너무 많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적절히 보완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사회에 의사가 많아서 의대 인증·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사회 구성원 변경 권고에 대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현재 이사회에 의협 구성원 등 의사들이 많다 보니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난 의대에 인증을 주지 않을 경우를 우려해 평가 기준을 바꾸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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