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은 베트남의 떠오르는 관광지다.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푸껫과 함께 아시아 3대 관광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 푸꾸옥은 발리나 푸껫만큼 익숙한 곳은 아니다. 베트남 하면 다낭, 호찌민, 냐짱(나트랑) 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 여행 전문가들의 찬사는 푸꾸옥에 집중된다.
‘월드트래블’ 잡지는 지난해 ‘세계에서 자연경관이 가장 뛰어난 섬’ 상(賞)에 푸꾸옥을 선정했다. 2년 연속 선정이다. 절경으로 소문난 아프리카 잔지바르, 카리브해 앤티가바부다, 스코틀랜드 아일오브스카이 등을 눌렀다. 미국 유명 여행 잡지 ‘트래블+레저’는 올 5월호에서 푸꾸옥을 ‘비용 대비 가장 알찬 열대 여행지 10선’에 꼽았다. 아시아에서는 푸꾸옥과 발리만 선정됐다.
● 자연경관-비용-접근성 모두 갖춰
한국인들에게 푸꾸옥의 매력을 더하는 것은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항으로 5시간 반이면 푸꾸옥 국제공항에 내린다. 많은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직항이 없어 연결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서 한국인의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가 폭발하자 지난해 10월 제주항공에 이어 11월에는 대한항공이 인천∼푸꾸옥 노선 운항에 돌입했다. 그동안은 베트남 비엣젯 항공만 운항하던 노선이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한국 국적기 취항 소식을 톱 뉴스로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렇게 빨리 국적기가 취항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푸꾸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이 중 한국인이 절반에 가까운 22만 명을 차지했다. 2위는 대만으로 8만 명. 최근 기자가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턴 호텔 초청으로 푸꾸옥을 방문했을 때 자정에 가까운 시간었음에도 공항은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베트남의 제주도’… 풍요의 섬
푸꾸옥은 두 가지 지형적 특징이 있다. 섬이라는 점과 베트남 서남단에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인 푸꾸옥은 섬 하나가 아니라 22개 섬 연합체다. 여러모로 제주도와 비슷해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의 제주도’로 불린다.
베트남은 동쪽의 홍콩과 마카오, 서쪽 태국, 남쪽 말레이시아 같은 관광 강국들에 접해 있다. 베트남 언론은 과거부터 ‘왜 외국인 관광객들은 베트남보다 태국으로 가나’ 같은 기사를 자주 실었다. 위기감을 느낀 베트남 정부는 2010년대 중반 이미 관광지로 기반이 잡힌 동쪽과 남쪽 대신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제주도 크기 3분의 1인 면적 600km²도 안 되는 작은 섬 푸꾸옥을 집중 개발 대상으로 삼았다. 단기간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관광지는 느긋한 곳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곳곳에서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푸꾸옥은 베트남 현지식으로 발음하면 ‘푸꿕’에 가깝다. 지명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정석대로 푸꾸옥으로 발음하는 것이 낫다. 푸는 한자어로 부(富), 꾸옥은 국(國)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풍족한 땅(fertile land)’이라는 뜻이다.
무엇이 풍요하다는 것일까.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3가지를 꼽는다. ‘진주가 많이 나는 섬’, ‘99개 산으로 이뤄진 섬’, ‘에메랄드빛 넘치는 섬’이라고 한다. 바다와 산이 풍부한 섬이라는 의미다. 북부는 울창한 삼림, 남부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해변, 중부는 산과 바다의 절충을 원하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 풍부
베트남은 레저 대기업 영향력이 크다. 푸꾸옥도 마찬가지다. 북부는 빈그룹, 남부는 선그룹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기자가 머문 남부에서는 ‘선’이라는 글자가 빠질 수 없다. 동네 이름도 선셋타운이고, 테마파크 이름도 ‘선월드 혼톰’이다.
선그룹은 해변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푸꾸옥 남부 특성을 살려 오락거리도 해상형으로 개발했다. ‘키스 시리즈’는 아일랜드 호핑, 스노클링을 하며 낮을 보낸 뒤 저녁에 즐길 만한 곳들로 구성돼 있다.
키스오브더시는 올 1월 첫선을 보인 멀티미디어 쇼다. 전용 해상 극장에서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9시 열린다. 쇼 잘 만드는 프랑스 프로덕션 ECA2가 제작해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1000m² 규모 해수 스크린과 3개의 연속 투영 돔 그리고 300개 장치를 사용해 푸꾸옥 청년과 은하계 소녀가 악에 맞서 싸우며 사랑을 지키는 줄거리를 구현해 냈다.
물 쇼, 불 쇼, 조명 쇼, 레이저 쇼, 트램펄린 쇼가 40여 분 동안 쉴 새 없이 펼쳐진다. 공연이 끝나면 불꽃놀이가 대미를 장식한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소문이 자자해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여행 웹사이트 등을 통해 입장권을 구매해서 온다.
키스오브더시 공연장 옆에 키스브리지가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카사몬티가 디자인한 건축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완공됐다. 두 다리가 만나는 독특한 구조다. 서로 만나는 다리와 다리 간격이 약 30cm인데 멀리서 보면 그 사이로 해가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양쪽 다리 끝에서 만난 연인이 석양을 배경으로 키스를 나눈다는 설정이다. 키스까지는 아니어도 손을 잡는 커플을 쉽게 볼 수 있다. 결혼 촬영 명소로도 소문이 나 다리 곳곳에서는 웨딩드레스를 휘날리며 사진을 찍는 베트남 여성들이 많다.
● 선셋타운에서 이탈리아 해변 감성을
인근 혼톰섬에는 선그룹이 조성한 거대한 테마파크가 있다. 혼톰섬까지 가는 교통수단인 케이블카는 그 자체로 명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논스톱 3선 케이블카’라는 기네스북 명패가 케이블카마다 걸려 있다.
20분에 걸쳐 8km 거리를 간다. 174m 높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 어선들이 바다에 작은 점처럼 펼쳐져 있다. 현지인에게는 이곳이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이다.
뜨거운 햇볕이 물러나면 푸꾸옥은 인구 대이동이 펼쳐진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장면이 잘 보이는 곳으로 너도나도 발걸음을 옮긴다. 서쪽 해변을 따라 개발된 선셋타운이 일몰 명소다. 선셋타운은 선그룹 회장이 과거에 갔던 이탈리아 남부 해변에 감명을 받아 조성한 오락 중심지다. 푸꾸옥 유일의 스타벅스가 있고 서구식 바들도 몰려 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저녁노을 인파를 지켜보면서 월드트래블이 푸꾸옥을 최고 여행지로 선정한 이유가 떠올랐다. ‘픽처 퍼펙트(picture perfect).’ 화려한 리조트와 낡은 어선이 공존하는 곳, 태양과 일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푸꾸옥의 매력이야말로 그림처럼 완벽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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