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첫 성소수자 축제…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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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퀴어축제 ‘사랑이쥬…’ 열려
노래-구호 외치며 2.7km 거리행진
시민-진보정당 등 40여 단체 참가
퀴어축제 반대하는 맞불 집회도… “청소년에게 혼란 일으킬 수 있어”

6일 대전 동구 전통나래관 일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축제장부터 옛 충남도청사, 대흥동 공원 등 총 2.7km 거리를 걸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6일 대전 동구 전통나래관 일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축제장부터 옛 충남도청사, 대흥동 공원 등 총 2.7km 거리를 걸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제겐 똑같은 자식이고 아들일 뿐입니다.”

6일 대전역 근처 전통나래관 일대에서 만난 활동명 민들레 씨는 충청권에서 처음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들의 커밍아웃을 받고 엄마인 나라도 지원자가 돼주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이날 전통나래관 앞 편도 2차선, 150m 길이 도로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차량 통행을 막고 퀴어문화축제인 ‘사랑이쥬(사랑 is you), 우리 여기 있어’가 열렸다. 이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대전역 동광장 일대에서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가 열렸다. 맞불집회 성격으로 긴장이 고조됐으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 행진을 앞두고 선두 차량 앞을 가로막다가 경찰의 제지에 물러나기도 했다.

전통나래관 근처에는 30개의 부스가 설치돼 상품(굿즈) 등을 팔았다. 성소수자 모임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 40여 단체가 참여했다.

당초 대전시와 동구는 축제 개최를 반대했지만 부스 설치 등을 허락하며 축제가 진행됐다. 축제장에는 경찰 추산 700여 명이 모였다.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그 외 시민들에게는 퀴어와 함께하는 삶을 알아가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4시 반경에 축제장부터 옛 충남도청사와 은행동 일대, 2.7km 거리 행진을 했다. 이 과정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행진을 반대하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경찰이 “신고된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면 안 된다”라며 10여 분 동안 설득 끝에 길을 텄다. 축제 참가자들은 선두 화물차에서 튼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거나 ‘사랑이쥬’를 외치며 구도심을 통과했다. 행렬이 1km 가까이 돼 교차로를 지나는 과정에서 차량 진입이 막혀 일대는 교통 혼잡이 이어졌다. 주말 오후 시간 갑자기 운행이 막힌 일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대전역 동광장 일대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가 진행됐다. 대전 기독교계와 학부모 단체 등 70개 단체 주최로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21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퀴어 행사가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반사회적인 성 혁명 교육, 가짜 차별금지법, 청소년 조기 성적 대상화, 청소년 마약 중독, 공공 장소에서의 퀴어 행사 확산을 막아낼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1일 열었던 기자회견에서도 “동의되지 않은 행사를 어떻게 축제라고 할 수 있는지, 왜 대전시는 이를 막지 못했는지 학부모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퀴어 축제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 참가자들도 동광장에서 서대전네거리까지 행진했다. 가족주류화정책연대가 주최한 ‘가족중심 생명존중 문화축제’도 열렸다.

주최 측은 “건강한 성문화와 올바른 가족문화의 가치관을 알려, 저출산 위기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자”고 밝혔다. 현장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 기동대 등 경찰 1280명이 배치됐다.

#충청권#성소수자#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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