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에 5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경북을 비롯해 충청권 등에 8일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일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거나 고립됐고, 충북 옥천에서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장마에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경북도와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0분경 안동시 임동면 위리, 대국리 일대 하천이 범람해 주민 19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남후면 2명, 와룡면 2명, 용상동 1명은 물론 인근 영양군 입암면에서도 1명이 구조됐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는 오전 8시 43분경 축대가 무너져 50대 남성 한 명이 실종됐다. 소방 당국은 실종자 휴대전화 신호가 집 근처에서 잡히는 것을 확인하고 굴착기를 동원해 수색 중이지만 토사가 빗물에 계속 흘러내려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함안에서는 빗길 교통사고로 50대 트럭 운전사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충청권에서도 7, 8일 사이 대전 30건, 충남 44건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 양촌면 등에서는 8일 오전 7시경 산사태 경보가 발령돼 주민 231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 중 127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보령과 홍성, 논산 지역 농경지 17.7㏊는 물에 잠겼다. 대전 중구 중촌동에서는 트럭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고, 서구 가수원동에서는 차가 물에 잠겨 40대 운전자가 구조됐다. 세종시는 8일 오전 9시 45분을 기해 읍면동 마을버스 28개 전 노선 운행을 중지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한 곳인 충남 공주 공산성 영은사에서는 탐방로 일부가 유실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기존 예측을 넘어서는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대비를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호우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기상청은 8일 경북에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는 1시간 강수량 50mm 이상 및 3시간 누적강수량 90mm 이상을 동시에 충족할 때 발송된다. 이날 오전 3시 19분경 첫 재난문자가 발송된 경북 안동에는 이틀 동안 234mm 비가 쏟아졌다. 오전 3시 53분경 재난문자가 발송된 경북 영양에는 231mm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북 지역에 생긴 좁고 긴 선 모양의 비구름대 때문에 좁은 구역에 강수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9, 10일도 전국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다. 제주를 제외한 수도권 등 대부분 지역에 최대 120mm가 더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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