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과거 북한에 강제 납북됐다가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한 ‘납북·귀환 어부’ 103명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9일 대검찰청은 “강제 납북된 뒤 귀환해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납북·귀환 어부 103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 등 절차에 착수하도록 각 관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납북·귀환 어부’란 동·서해상에서 어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뒤 귀환한 선원들을 말한다. 1960년대 북한의 대남공작이 증가하자 당시 정부는 납북 방지를 위해 ‘어로저지선(안전한 어업을 위해 접적해역에 정한 어업규제선)’을 좀 더 남쪽으로 옮기고 ‘어로저지선을 넘어 조업하다 납북된 어부들은 반공법을 적용해 구속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선포한 바 있다. 이에 납북된 어부들은 귀환 즉시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처벌받아야 했다.
검찰이 이번에 직권재심 등 명예회복 절차에 착수한 대상은 1971년 8월부터 10월 사이 북한에 납북돼 1972년 9월 7일 속초항으로 귀환한 납북·귀환 어부 160여 명이다. ‘승운호’ 등 어선 7척의 선원이었던 이들은 귀환 후 합동신문반에서 2주간 심문을 받고 관할 경찰서에 인계돼 구금 상태로 수사를 받다가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대검은 160명의 형사사건 기록, 판결문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들이 정식으로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전까지 적게는 2주에서 길게는 4주가량 불법 구금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검은 이미 재심이 청구된 57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03명에 대해 각 관할 검찰청에 직권재심을 청구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에도 검찰은 1969년 5월 강원도 고성군으로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납북·귀환 어부 100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를 지시한 바 있다. 이 중 본인 또는 유족이 재심 청구에 동의한 사례가 78건이었고, 현재까지 59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아 누명을 벗었다. 나머지 19명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납북·귀환 어부들 뿐만 아니라 제주 4·3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과거사 사건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해 권리구제와 명예회복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 제주 4·3사건 관련자 1711명에 대해 직권재심이 청구돼 총 1551명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115명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이 ‘죄 안 됨’으로 변경됐다.
대검은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절차를 수행하고 처분 변경을 함에 따라 피고인, 피의자 또는 유가족이 직접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 수 있다”며 “신속한 명예훼복과 권리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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