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찾는 의정 갈등]
연구 실적 없어도 교수 임용 가능
‘대학교원 자격’ 개정안 입법 예고
의료계 “의대 교육의 질 저하” 반발
정부가 동네병원을 운영한 기간을 연구실적으로 인정해 석박사 학위나 학술 연구 실적이 없는 개원의도 교수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지방 국립의대 교수 1000명 증원’ 등을 내세운 정부가 교수 확보를 위해 임용 문턱을 낮추면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개인병원을 운영하거나 동네병원에서 봉직의(페이닥터)로 일한 기간을 100% 연구실적으로 인정하고 교수 채용 시 반영하는 내용의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 통과 시 개인병원이나 대학병원 등에서 4년 이상 근무한 의사가 의대 교수로 임용될 수 있다.
현재 각 의대에서 조교수가 되려면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교육 경력과 연구실적을 합쳐 4년 이상’이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개원의나 봉직의, 전문의로 일한 기간을 어느 정도 실적으로 인정할지는 법에 정해져 있지 않아 대학마다 반영 기준이 다르다. 근무 실적을 인정하더라도 일정 기준 이상의 기관에서 일한 경력만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개정안은 병의원에서 근무한 경력을 100% 연구실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경우 의대 졸업 후 학술 연구 실적이 전혀 없더라도 교수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개원의로 일했든,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든, 논문을 썼든 똑같이 기간을 인정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에선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직후 ‘거점 국립의대 교수 1000명 증원’을 발표했던 정부가 뒤늦게 교수 충원이 어려운 현실을 파악하고 교수 자격 기준 완화라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직 의대 교수는 “지금도 일부 과목은 교수가 부족해 한 명이 대학 서너 곳을 돌면서 강의를 하는 상황”이라며 “교수 1000명 증원은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가톨릭대 고려대 등 의대 34곳의 교수들도 9일 입장문을 내고 “개업의를 당장 의대교수로 뽑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립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는 계획에 억지로 짜맞추기 위해 의학 교육의 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부는 입법예고를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로 채용될 수 있는 인재풀을 넓히자는 취지”라며 “각 대학에서 채용 심사를 할 것이기에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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