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한 농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고립됐다. 마을로 달려가 급류를 헤쳐 어머니를 구한 아들 김중훈 씨(59)는 당시를 떠올리며 오열했다.
김 씨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가 밤새도록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게 내렸다”며 “전날 새벽 (밖에) 나가보니까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도로가) 강물이 됐더라”고 밝혔다. 대전 지역에 거주하는 그는 다행히 큰 피해를 보진 않았다.
새벽에 형수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형수는 “어머님이 연락이 안 된다. (대피) 방송을 해서 다른 사람들은 대피했는데 어머님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바로 어머니가 사는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로 향했다. 폭우로 인해 전날 오전 4시경 정뱅이 마을 앞 갑천 상류와 두계천 합류 지점 인근의 제방이 붕괴했다. 순식간에 급류가 마을을 덮쳤다. 27가구에 거주하는 30여 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김 씨는 “마을에 도착하니까 둑이 터져서 물이 동네로 유입되고 있더라. 민물인데 태평양처럼 파도가 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둑에서 어머니 집이 보이는데, 처마 밑까지 물이 찬 상태에서 ‘살려달라’고 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안 보이는데 ‘사람 살려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굴착기 기사인 김 씨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 집으로 향했으나, 파도가 너무 세서 접근하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굴착기를 버리고 직접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김 씨는 물살을 뚫고 수영하며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어머니 옆집이었다. 그곳에는 한 아주머니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기둥을 잡고 있었다. 김 씨는 물에 떠 있는 수레를 이용해 아주머니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다시 어머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옆집 아주머니를 구하는 사이 어머니의 ‘살려달라’던 외침이 사라졌다. 김 씨는 “어머니가 처마 끝 기둥을 잡은 채 버티고 계시더라. 엄마가 지쳐서 목만 내놓고…”라고 말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제가 어머니 쪽으로 가니까 어머니는 ‘너 죽는다, 오지 마라’고 하셨다”며 재차 흐느꼈다.
김 씨는 “지붕을 타고 어머니 쪽으로 넘어갔다. 어머니 집 담이 어디 있는지 잘 아니까 (물속에 잠긴) 담을 잡고 발을 지탱할 수 있었다”며 “기운이 빠져서 어머니를 못 당기겠더라. 이때 소파 하나가 떠내려왔다. 소파를 이용해 지붕 위로 어머니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붕 위에 올려놨던 옆집 아주머니가 자꾸 미끄러지길래 ‘조금만 버티세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왔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를 대피시키고 보니, 두 분이 목만 내밀고 있던 공간이 10여 분 사이에 완전히 다 잠겨버렸다”며 “10분만 늦었어도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마을에 고립됐던 주민 30여 명은 4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돼 인근 복지관으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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