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련병원 중복 지원 허용 방침
병원 “15일까지 미복귀땐 사직 처리”
의대생 96% “국시 응시 거부”
정부가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사직서를 수리한 후 결원을 충원할 때 지방·필수의료 중심으로 전공의 정원을 재배분하기로 했다. 충원된 전공의가 9월부터 수련을 하면서 지방·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게 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금지했던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중복 지원도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전공의 정원에서 발생한 결원을 그대로 채용하면 예전과 다를 게 없어진다”며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더 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전공의 사직 여부가 확정되면 이를 기준으로 이달 중 수련병원별 정원을 다시 배분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전공의 정원이 100명인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90명이 사직했을 경우 이를 모두 채워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지방병원에서 전공의 100명 중 90명이 사직한 경우에는 결원 이상 모집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전공의 정원에서 수도권이 55%를 차지하고, 비수도권이 나머지 45%를 차지한다. 수도권 전공의 비중이 더 높은 건 지방에 비해 대형 수련병원이 많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도권 비중을 내년에 50%로 더 줄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지방·필수의료 분야 지원자가 없으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방 수련병원 지원을 늘리기 위해 수련병원 중복 지원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수련병원 한 곳에만 지원할 수 있었고, 탈락하면 1년을 기다려 재도전해야 했다.
다만 정부는 “사직 전공의가 같은 권역, 같은 전공에만 지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수련병원들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정원 재배분과 중복지원 허용으로 ‘수도권 인기과 쏠림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의회가 요청한 사직 처리 기한 일주일 연장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직 처리 기한은 예정대로 15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수련병원들은 “15일까지 미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일괄 사직 처리를 하겠다”고 11일 전공의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전공의 대부분은 버티는 모습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응답자 95.5%가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응시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의대생 단체 설문 결과를 게시하며 “저도 안 돌아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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