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학교로 복귀한 의사·의대생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텔레그램 채팅방이 등장했다. 현장에 남은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일종의 ‘의료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수업거부 사태 이후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보호신고센터는 최근 한 텔레그램 채팅방에 복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신상이 올라왔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채팅방은 지난 7일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으로 개설됐다. 채팅방에는 지난 11일부터 ‘감사한 의사’ ‘감사한 의대생’ ‘감사한 전임의’라는 리스트가 당사자 실명과 함께 올라오고 있다.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나 학교에 있는 의대생을 ‘감사하다’고 비꼰 것이다.
의대생의 경우 학교·학년·이름이, 전공의는 병원·진료과·연차가 공개되는 식이다. 전임의는 병원·진료과·출신학교 학번·이름 등과 같은 정보가 공개됐다.
채팅방 개설자는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뜻에 따라 이 시국에도 환자만을 위해 의업에 전념하시는 의사·의대생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표하려 했으나, 해당 선생님들을 몰라 감사의 뜻을 표할 수 없어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명단을 제작해 공개하고자 이 채널을 만들었다”고 공지했다.
이어 “해당 명단은 선생님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작성했기 때문에 널리 알려주셔도 괜찮다”고 했다.
개설자는 오는 9월 복귀하는 전공의들의 명단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암시하는 글도 남겼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이 사직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특례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상태다. 개설자는 “추후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올해 가을턴에 지원하는 선생님들이 제대로 감사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최우선으로 추가 명단 작성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사·의대생 블랙리스트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이탈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개개인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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