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양주 회천마을이 서울과 주요 도시에 뒤처지는 게 너무 싫었어요. 초·중·고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 대학 졸업 후 하나둘씩 고향을 떠나는 걸 보면서, 내 고향 마을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작은 꿈이 생겼죠”
조한나 양주 회천마을 청년망고 협동조합 이사는 동네에서 조장동씨 손녀딸로 불린다. 지역사회 크고 작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할아버지 조장동 씨가 동네 이곳저곳에 손녀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조한나씨는 지역의 마스코트가 됐다.
지난 12일 경기도가 주관하는 ‘2024 경기마을 여행이 되다’ 양주 덕정마을 탐방행사를 다녀왔다. 이날 행사는 양주 회천마을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단체들이 모여 지역을 소개하고 탐방을 안내하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조 이사는 행사를 기획하고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 이사는 양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뒤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업을 했다. 기쁨도 잠시, 왕복 4~5시간을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입사 3개월 만에 완전히 지쳐버렸고, 그때 고향으로 돌아오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양주로 돌아와 일자리를 잡은 뒤 퇴근 후에는 지역 발전을 위한 동아리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조장동씨 손녀딸이었기에 어딜 가든 아는 사람이었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니 모두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한다.
보람을 느끼던 조 이사는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청년망고 협동조합을 세웠고, 지역을 사랑하는 청년들과 함께 동네 발전과 청년 정착을 위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청년망고라는 이름은 ‘청년 망해도 고’에서 따왔다. 지금은 자기를 따라 양주에 정착한 남편과 청년망고에서 같이 일하면서 지역 문화기획, 행사 운영, 커뮤니티 활성화, 디자인·영상 제작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조 이사는 현재 청년망고 협동조합 이사직과 덕정마을관리사회협동조합 사무원 일을 병행 중이다. 덕정마을관리사회협동조합은 양주 회천마을 일대를 발전시키자는 목적으로 세워진 비영리 단체이다. 이사장은 최호성씨로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 현재는 지역 노인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청년망고와 덕정마을관리사회협동조합 등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주민들이 똘똘 뭉친 결과, 경기도 양주시에서 지역 커뮤니티 시설인 4층 신축 건물을 지어주기로 했고 완공을 앞두고 있다. 덕정 별마루 센터(가칭)로 운영될 건물은 1층은 카페, 2층은 어린이 창의 놀이터, 3층 도시재생센터, 4층 소상공인 지원센터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역 내에 지어지는 최신식 건물이자 가장 큰 규모의 공용시설이다. 건물이 완공되면 덕정마을관리사회협동조합이 1, 2층을 운영하고 수익금의 40%는 사회환원을 할 예정이다. 지역을 위해 지어진 건물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시금 지역에 발전 기금으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호성 이사장은 “덕정 별마루 센터는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지역 노인회장으로서 청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년망고 조 이사 같은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정착해 일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꾸준히 찾아보는 중입니다”라고 했다.
조 이사도 동네 어르신들이 우리를 전적으로 믿고 도와주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지역 어른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무한 신뢰하고 도와주세요. 지역이 소멸하지 않고 계속 유지되려면 청년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요즘은 제 뒤를 이어줄 20대 청년들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조 이사는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에도 2022년부터 2년 연속 지원했다고 한다. 다만 양주가 수도권이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 탈락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조 이사는 청년을 지역에 유치하고 마을을 발전시키는 일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날 ‘2024 경기마을 여행이되다’ 행사 유치도 조 이사의 작품이다.
“저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 마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청년들이 이곳에 와서 정착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다 보면 우리 마을이 청년들로 북적이는 고장이 돼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날 이 곳에서 열린 덕정 오일장만큼이나 조 이사의 눈빛에는 생동감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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