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귤 생산-유통 조례 개정
크기 작은 1번과, 비상품이었지만… 당도 10브릭스 이상 땐 상품 인정
만감류 품목에 ‘카라향’도 포함… 개당 150g 무게 기준도 사라져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출신 이모 씨(36)는 겨울이면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에게 감귤을 보내느라 바쁘다. 수도권의 대학 재학 시절 이 씨의 부모님이 보내준 ‘꼬마감귤’ 맛을 잊지 못하는 동문이 많기 때문이다. 횡경 48mm 이하인 꼬마 감귤은 시장에 출하하지 못하는 ‘비상품’으로 분류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씨는 “대학 때 부모님이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꼬마감귤을 많이 보내줬는데, 동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졸업 후에도 꼬마감귤을 잊지 못하는 친구들이 매년 겨울이면 연락을 해온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민이 사랑하는 ‘감귤 1번과(果)’가 시장에 풀린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이 입법 예고됐다.
앞서 1997년 제주도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자 상품 기준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기준(횡경)은 1번과 ‘47∼51mm’부터 10번과 ‘78mm 이상’까지 10단계인데, 이 중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상품은 2∼8번과였다.
이후 제주도는 2015년 9월 상품 기준을 2S(횡경 49mm 이상∼53mm 이하)에서 2L(67mm 이상∼70mm 이하)까지 5단계로 변경했다. 이 기준 밖의 감귤은 ‘비상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대과(大果)를 선호하는 과거와 달리 최근 소비자들이 달고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감귤을 선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통상 감귤 크기가 작을수록 당도가 높다. 여기에 맛이 좋은 1번과가 비상품으로 처리되는 게 아깝다는 농가의 의견도 많았다. 이에 제주도는 이번 입법 예고를 통해 상품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당도 10Brix(브릭스) 이상 감귤은 제주도지사가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센터 산하 ‘수급관리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상품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만감류 상품 기준에도 변화를 줬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으로 규정된 만감류 품목에 ‘카라향’을 새롭게 포함시킨 것이다. 또 개당 150g 이상인 무게 기준도 없애기로 했다.
또한 제주도는 이번 입법 예고와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도 개정해 감귤 유통 위반 행위에 따른 처벌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례를 위반한 선과장에 대해서는 2회 적발 시 등록을 취소하거나 100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재는 3회 이상 적발 시 등록 취소가 가능하다. 또 비상품 감귤을 불법 유통하거나 감귤을 후숙·강제 착색하면 과태료 하한선을 기존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귤 생산기술이 발전해 당도가 떨어지는 감귤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여기에 소비자의 선호도 역시 많이 바뀐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도 변화된 소비 상황에 발맞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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