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기습인상에… 음식점 “배달 끊거나, 가격 올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5일 03시 00분


“식자재값 올라 팔아도 남는게 없어
가맹점, 매장-배달 이중가격제 요청”

서울 종로구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지난주부터 배달 플랫폼을 아예 끊어버렸어요. 남는 게 없는데 배달 주문을 받아봐야 뭐 하겠어요. 초복(15일)에는 배달 주문을 아예 받지 않고 홀과 포장 주문만 받으려 합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닭한마리’ 식당을 운영하는 황모 씨는 14일 배달 주문을 아예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씨는 “주변 다른 가게들도 배달 주문을 아예 받지 않아야 할지, 높은 중개수수료를 내고서도 계속 이용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음식 배달 앱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1위 사업체인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 9일부터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중개 수수료를 기존 음식값의 6.8%(부가세 별도)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최근 발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배민의 중개 수수료가 가장 저렴했는데, 이번 개편으로 경쟁사인 쿠팡이츠(9.8%)와 동일해진다. 요기요는 12.5%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배민은 음식점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건당 100∼900원 낮추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지만, 음식점 주인들은 배달비 몇백 원 내리는 것보다 수수료 부담이 훨씬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개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음식점 주인들은 음식값을 올리거나, 배달 주문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음식값을 연쇄적으로 올리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경기 양주에서 김밥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명 씨는 “이젠 정말 답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변에 폐업하는 분들도 많고, 폐업하지 않을 경우 유일한 방법은 음식값을 올리는 것뿐”이라고 했다. 최근 2, 3년 동안 식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져 있는데, 배민까지 중개 수수료를 올린다고 하자 폐업을 검토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한 햄버거 치킨 프랜차이즈사의 경우 가맹점주들이 더는 버티기 어려우니 본사에 매장 주문과 배달 주문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가격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배달 주문에 대한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15일 오전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요금 개편에서는 중개 이용료율 인상과 배달비 인하가 함께 적용됐다”며 “업주 부담 변화를 정확히 보려면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에 따라 100∼900원 인하한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의 민족#수수료 기습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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