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외박을 한 자신의 딸을 폭행한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라고 말한 친부와 계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박현진)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50대 남성 A 씨와 50대 여성 B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6시경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 강원도 원주시 한 주거지에서 10대 딸인 C 양을 폭행하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교사들의 신고로 경찰이 학교에 출동, 피해자 얼굴을 촬영했는데 피해자 눈 아래 부위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상처를 식별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 상처는 피고인들의 행위 외 다른 원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 행위는 정당한 훈육, 교육 목적·범위를 넘어선 위법 행위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여전히 그 행위를 정당화하며 범행을 일부 부인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은 C 양이 같은 해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학교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처럼 자신들을 속인 뒤 외박을 한 것을 알게 되자 격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인 A 씨는 “이 꽉 깨물라”며 C 양 뺨을 여러 차례 때렸으며 계모인 B 씨도 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C 양의 눈과 코를 때려 상해를 입혔다.
특히 A 씨는 ‘살려달라’는 C 양의 말을 듣고 그의 목을 강제로 조른 다음 흉기 1개를 주며 “이걸로 네 폐를 찔러 죽어라. 네 손으로 죽어라”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네 손으로 죽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고 B 씨 역시 휴대전화 케이스로 머리를 2차례 쳤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 양의 진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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