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주서 포르쉐 음주운전…2명 사상
경찰, 음주측정 안하고 병원에 가해자 혼자 보내
음주운전자, 추가 음주…'혈중알코올농도' 낮췄다
경찰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조사에 대한 초동조치가 부실한 틈을 타 음주운전자가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활용할 빌미를 줬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발생한 고급 승용차 음주 교통사고 얘기다.
‘술타기’는 운전 후에 술을 더 마셔 운전 중에 음주 상태였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다. 최근 가수 김호중이 음주사고 이후 술타기 수법을 사용해 음주운전 혐의를 피했다.
15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음주운전과 과속으로 2명의 사상자를 낸 A(50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7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서 맥주 3캔을 마셨다.
이후 3시간40여분 뒤 오피스텔을 나와 포르쉐 차량을 몰았다. 그는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까지 차량을 몰았다. 제한속도 50㎞ 구간이었지만 포르쉐 차량의 속도는 159㎞였다.
그러던 중 10대 여성 두명이 탄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A씨는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았다. 이 사고로 10대 여성 운전자는 1명이 숨졌다. 동승자 1명은 전치 20주의 진단을 받아 현재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사고 신고로 인근 파출소 경찰관이 출동했다. A씨는 “병원에서 채혈하겠다”고 경찰관에 말한 뒤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이때 경찰관은 동행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경찰관에게 약속했던 채혈을 하지 않고 1시간40여분 뒤인 이날 오전 2시25분께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에 나오자마자 A씨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맥주 1캔을 다시 마셨다고 한다. 이후 지인을 불러 집으로 향했다. 병원에 뒤늦게 도착한 경찰관은 A씨가 이미 퇴원한 것을 뒤늦게 알고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인의 차 안에서 전화를 받은 A씨는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맥주 1캔을 사서 마셨다.
A씨의 집 앞에서 사고발생 2시간20여분만인 오전 3시3분께서야 음주측정을 했다. 당시 음주측정을 한 수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4%. 면허취소 수치다. A씨는 측정 후 경찰관에게 “술을 추가로 마셨다”고 진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뒤늦게 A씨의 음주상태를 알기 위해 조사를 벌였다. 폐쇄회로(CC)TV와 현장 수사 결과 음주운전 전에 마신 장소에서 많은 맥주캔이 발견됐다. 하지만 A씨는 “맥주 3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추가 음주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편의점 CCTV와 지인으로부터 맥주 구입 영수증도 확보했다. 결국 진술에 의해 적용한 위드마크 공식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51%로 급격히 낮췄다.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051%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적용했다. 재판과정에서 음주운전 증거가 탄핵당할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결국 음주운전 전 수치를 역산해 0.036%로 공소장에 기재했다.
모두 초동수사 부실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 경찰 매뉴얼 상 교통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 운전자들에 대한 음주측정을 곧바로 하게 돼 있다. 또 채혈을 원할 경우 병원으로 경찰관이 동석해 병원에서 채혈을 통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A씨에 대한 음주운전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매뉴얼대로 조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초동수사 부실은 A씨가 김호중 음주 사태와 마찬가지로 추가 음주를 하게 됨으로써 법망을 회피할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수사를 담당한 전주덕진경찰서는 초동수사 부실을 인정했다. 전북경찰청은 초동수사를 담당한 파출소 직원 5명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
전북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과 병원 이송 과정에서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은 사안을 염두에 두고 감찰을 벌이고 있다”며 “112상황실 지령과 현장 교통 조사 담당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조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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