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 트럼프, 응급치료 보니…“의료시스템 존중 있었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7월 15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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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부상 입지 않아 레벨1 외상센터 아닌
인근 레벨2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 이송
"의료전달체계 잘 작동않는 국내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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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도중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대선 후보)이 지역 인근의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내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미국 CBS와 의료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직후 유세 현장에서 약 17km 떨어진 곳에 있는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총알이 오른쪽 귀를 관통하기만 해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에서 레벨1 외상센터가 아닌 레벨2 외상센터로 이송된 것은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뒤 응급 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 불거진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의 거점 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갈 만한 지역 병원은 3곳이 있었는데 (치료가) 그다지 급하지 않은 경증 환자가 레벨 1이 아닌, 레벨2 외상센터로 갔다는 점에서 국내 사례와 달리 적절한 병원을 찾아갔다”면서 “의료 전문가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존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상센터는 응급실을 비롯해 입원·수술 등 최종 진료를 가능하도록 하는 배후 진료과 등 병원 전체의 외상 진료 능력을 평가 받아 레벨 1~5까지 등급이 분류된다. 버틀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료를 받은 레벨 2 외상센터인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 뿐 아니라 유세 현장에서 약 56km 떨어져 있는 레벨 1 외상센터인 앨러게니 종합병원과 피츠버그대 의료원(UPMC)도 있다. 미국 CBS는 “레벨 2 외상센터는 포괄적인 응급 의료 및 외상 서비스를, 레벨 1 외상센터는 첨단 의료와 외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의료전달체계는 환자가 적정한 시간에, 적정한 병원에서,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전원이 굳이 필요 없었고 최종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전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산대병원이 가동할 인력과 시설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전원을 원한다는 이유로 이 대표가 가까운 권역응급센터를 두고 소방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송해 치료를 받으면서 지역 의료에 대한 불신이 드러났고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 교수는 “응급이었다면 부산대 권역 외상센터에서의 진료가 적절했을 것이고, 비응급이었다면 헬기(2회)를 이용하지 않았어야 했다”면서 “결국 응급이든지 비응급이든지 간에 의료전달체계와 모순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소방헬기 출동에는 회당 2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A 교수는 “국민의 서울 대형병원 선호 현상은 경증 환자의 ‘빅5 병원’ 쏠림 현상과 지방 의료의 붕괴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모든 응급 환자의 의학적 상태와 병원의 수용 여건을 고려해 적절한 의료기관을 연결해주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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