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내 경선 당시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인사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피고인신문이 무산됐다. 김씨가 피고인신문을 앞두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정호)는 15일 김씨의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 공판기일에서 “두가지 이익(피고인신문과 진술거부권)이 충돌할 때는 진술거부권이 우선이고, 그 경우에는 피고인신문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조문 구조상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296조2에는 검사가 증거조사 종료 후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제283조의2에서는 피고인이 진술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이 중 피고인 진술거부권의 효력이 우선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증거조사를 마치고 김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문 진행에 앞서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신문 관련해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변호인은 “현재 피고인이 수원지검에서 카드 사용 관련 업무상배임 혐의로 조사받고 있으며, 지난 4일 검찰 출석요구를 받았는데 출석 요구 사항에 비춰보더라도 이 사안을 포함한 카드 사용 내역이 들어가 있어 일체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계획”이라며 “이처럼 피고인신문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음에도 (검사 측이)질문을 한다는 것은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은 “현재 피고인이 여러 가지를 부인하고 있는데 이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고 논리적 모순인지 등을 피고인신문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신문 내역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태도, 표정, 말투 등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저희의 입증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칠준 변호사가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해도 반복적으로 질문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검사의 이의제기로 이를 취소하고 사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피고인의 포괄적 진술거부권은 지난 공판에서 고려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두 차례 휴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 결국 피고인신문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신문을 할 수 있는데 거부한다고 신문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조문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재판부에서 이런 결정을 하면 (검찰은) 앞으로 특정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하면 저희는 피의자가 어떤 주장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부인하는지 이런 것에 대해 증거를 제시해 추궁하지 못하게 된다”고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다 검토한 사항”이라고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검사의 이의제기 및 재판부 기각 결정 등을 조서에 모두 남기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25일 양측의 최종 의견 진술을 끝으로 이 사건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김씨는 이 대표가 당내 대선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 모 식당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배우자 A씨 등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 및 수행원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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