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키우며 온실가스 뿜뿜… ‘탄소 중립’ 멀어지는 빅테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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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데이터 학습하며 전력 대량 소모… 생성형 AI 등 고도화할수록 심각
2026년까지 1050TWh 소모 예상… 넷제로 외친 빅테크 기업들 골머리
IMF “과세 통한 탄소배출 규제를”



인공지능(AI)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의 친환경 혜택이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결점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AI 때문에 급증하는 온실가스 배출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2023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7만8884tCO₂e(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서 2022년 8만6991tCO₂e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8만9505tCO₂e으로 1년 사이 다시 2.9%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생성형 AI 서비스 ‘하이퍼클로바X’를 준비하는 과정 등에서 전력 소모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AI 훈련과 구동을 위해선 엄청난 양의 서버와 네트워크 회선 등이 밀집한 데이터센터를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 AI 등에 사용되는 전력 소비량이 최대 1050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2년 국내 전력 사용량(568TWh)의 2배 가까운 양이다. 빅테크 기업이 AI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전력 소모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도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7%가 데이터센터와 사옥 전력 사용으로 발생했다”며 “향후 수년간 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대화형 AI 서비스를 PC 버전으로 선보이는 등 AI 서비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아직 AI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은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했다. 카카오가 발간한 ES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는 11만4022tCO₂e으로 2022년(13만7908tCO₂e)에 비해 17.3%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카카오도 전력 소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인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자체 데이터센터에 약 1만 대의 서버를 설치했다.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네이버보다 높은 것은 집계 기준이 다른 탓이다. 카카오는 2021년부터 사업자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 직원 출장, 구입 연료 수송, 서비스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를 공개하고 있다.

● IMF “탄소 배출세 등 고려해야”

‘넷제로’(탄소 순배출 제로) 구현을 외쳤던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고민에 빠져 있다.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운영하는 구글은 2일(현지 시간) 연례 환경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1430만 tCO₂e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년(1260만 tCO₂e) 대비 13.5% 늘어난 수치다. 구글은 AI에 대한 집중 투자로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량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증가한 게 온실가스 배출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냉각 시스템 가동에 사용한 물의 양도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운영 중인 MS도 사정은 비슷하다. MS는 데이터센터를 대거 지으면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3년 전(1190만 tCO₂e)보다 29.1% 늘어난 1536만 tCO₂e에 달한다고 올해 5월 밝혔다. 메타 역시 2019년 629만 tCO₂e 수준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2년에는 1401만 tCO₂e으로 늘었다.

AI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AI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AI의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족한 전력량은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AI 확산으로 기후위기가 가속화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7일 ‘생성형 AI의 장점 확대: 재정 정책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AI가 많은 전력을 쓰고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과세 등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서버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탄소 배출량에 대한 과세는 외부 환경 비용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이란 것이다. IMF는 “정부가 AI 관련 탄소 배출에 상응해 초과이익에 대한 세금, 녹색 부과금을 포함한 재정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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