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시끄럽다” 항의…저소음형으로 바꿨는데 뭘 더 하란 건지 답답[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6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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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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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집집마다 에어컨이 있습니다. 베란다에 실외기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한 층간소음 갈등이 자주 발생합니다. 비교적 간단한 조치만으로 실외기 소음을 줄일 수 있는데 몰라서 적당한 조치를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에어컨에 따른 갈등과 해결방법을 알아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민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와 함께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 윗집 이사 오자마자 “에어컨 교체하라” 요구… 갈등 싫어 요즘은 아예 꺼놓고 살아

서울 강남구에서 지은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에 10년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웃간게 큰 문제 없이 살아왔습니다. 지난 4월에 윗집이 이사를 왔는데, 에어컨 실외기 소음으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다른 소음으로 뭐라하는 거면 조율을 해보겠는데 아니 에어컨을 작동하지 말라고 하면 여름에 쪄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에어컨을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몇 번이고 점검했는데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게 문제되니까, 윗층 사람이 너무 예민한게 아닐까 합니다. 요즘 이 문제 때문에 너무 어이가 없고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요즘같은 더운 날은 저희 집 둘째 아이가 더위를 많이 타 밤부터 새벽까지 에어컨을 틀고 자는 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그렇게 했지만 위층과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자주 작동하는 에어컨으로 인해 이웃이 소음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봐 조심하며, 에어컨은 전문업체를 통해 자주 점검하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소형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작동하는 실외기도 소형입니다. 확연히 이웃집들과는 실외기도 작고 소음도 그렇게 심하지 않습니다. 이 아파트는 각 세대마다 외벽 난간에 실외기 자리가 따로 있고 대부분의 세대는 그 위치에 실외기를 설치하고, 저희 실외기도 거기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초에 아침 6시에 초인종이 울리길래 나가보니 위층 사람이 “실외기가 왜 이렇게 시끄럽냐”며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에어컨 소음과 진동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원인을 찾다가 저희 집이라고 확신을 갖고 찾아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지금이라도 자기 집에 올라와서 들어보라”고 하더군요.

30분 뒤에 경비 아저씨와 윗집을 방문했는데 집안 가구는 거의 없고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큰 소음이 아닌데, 저와 같은 생각인지 경비아저씨도 “실외기 소음은 이 정도는 큰 소음이 아니다”고 하면서, “누구 편 들기 어려운 입장이라 관리소에 보고 하겠다”면서 갔습니다.

위층 사람은 “이전 아파트에서도 여름만 되면 윗집 실외기 소음과 진동으로 잠을 못 잤다”며, “빨리 저소음 에어컨으로 교체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가족도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전문업체를 불러 최신형 저소음 제품으로 에어컨을 교체했고, 고무패드까지 설치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윗집에서 최대한 빨리 실외기를 교체하거나, 실외기를 아예 베란다 안으로 옮겨달라는 민원이 들어왔고, 저희가 그렇게 해 주기로 했다고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번보다 저희 실외기 소음과 진동이 더 심했졌다는 겁니다. 아니, 얼마전에 에어컨과 실외기를 교체를 했는데 소음이 더 심해졌다니 저희 가족들은 황당했고, 저희는 관리소장을 불러 최신 에어컨 교체한 것을 보여주었고, 관리소장은 “이 정도 소음은 괜찮은데”라며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설비업체를 불러 A/S까지 다시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에어컨을 작동하는 날이면 한번 이상은 관리사무소에서 실외기 소음으로 전화가 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민원 받는 게 너무 힘들다고 사정사정 하시는데, 뭐라고 할말이 없습니다.

현재 저희 가족은 에어컨을 거의 틀지 못하고 문을 열고 생활하고 잠을 잡니다. 문을 열면 이웃집의 실외기 소음에 오히려 저희 가족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리소에서 위층 베란다에서 문을 열고 측정한 소음수치는 밤 10시 기준으로 58데시벨입니다. 그리고 문을 닫으며 평균 42데시벨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인근의 이웃집들에서 작동하는 에어컨 실외기 소음이 합쳐진 데시벨입니다. 기준을 살펴보니 어플에는 조용한 도서관 수준이라는데, 저희 가족이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요? 나는 시끄러우니 알아서 조용히해라는 식의 태도를 볼 때면 정말 너무 싫습니다. 저희가 당연히 해야되는 것처럼 말하는 태도는 더 싫습니다. 혹시나 저희 아이들에게 해가 갈까봐 참으며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현재 저희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공동주택의 실외기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점차 증가하는 계절입니다. 실외기는 진동이 수반된 저주파소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층간소음에 비해 손쉽게 저감이 가능합니다.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전문가 의뢰를 통해 실외기 소음의 규제기준 초과 여부와 민원인의 실외기가 명확한 소음원인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민원인의 실외기가 주 소음원일 경우에는 실외기의 통풍구를 제외한 방음커버 설치, 실외기의 무게를 고려한 방진고무 패드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외기는 외벽과 충분한 간격(평균 20cm 이상)을 두고 설치해야하는데, 이는 실외기 작동 소음이 외벽을 가격하여 발생되는 공명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음측정 결과가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저소음 에어컨으로의 재교체나 위층의 피해가 심각한 방에서 최대한 멀리 이격 재설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층간소음#에어컨 소음#아파트 실외기#베란다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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