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간첩단 등 6건 1심 1년 넘어
무단 퇴장 시간 끌어 구속 만료도
법조계 “법원,재판지연 엄정 대처를”
제주간첩단(‘ㅎㄱㅎ’)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 6건(21명 기소) 중 5건이 1심 재판만 1년 2개월 이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사건 1건(충북동지회 사건)도 1심 선고만 2년 5개월이 걸렸고, 항소심 역시 지연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6건의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17명은 1심 재판 중 한때 전원 석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 ‘ㅎㄱㅎ’을 결성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모 씨 등은 이달 15일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피 신청을 하면 인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재판은 한동안 중단된다. 이들은 앞선 재판에선 북한 공작원과 캄보디아에서 접선한 관련 동영상 등이 증거로 제출되자 “증거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정을 무단으로 퇴정하기도 했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현재 1심만 1년 3개월째 진행 중이다.
대전고법이 항소심을 심리하는 충북동지회 사건에선 결심 재판이 열린 이달 4일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이들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1심에서 5차례에 걸쳐 법관 기피 신청을 해 9개월 동안 재판이 지연된 바 있다. 올 2월 883일 만에야 1심이 선고됐지만, 항소심도 다시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 침투 간첩단’ 재판이 진행되는 수원지법에선 올 3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믿을 수 없다”는 피고인 측 항변을 담은 형사사법 공조요청 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주한 캄보디아대사관으로부터 피고인 석모 씨와 북한 공작원의 비밀회동 내용 등을 회신받았는데, 변호인들이 “공문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이 사건 역시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회신이 도착할 때까지 재판이 공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각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면서 기소 당시 구속 상태였던 각 사건의 피고인 17명은 1심 재판 도중 구속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한때 전원 석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3명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조계에선 피고인들의 재판부 기피신청 등 ‘재판 지연 전략’에 법원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형사소송법 20조는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할 경우 법원(또는 법관)의 결정으로 이를 기각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법원이 재판 지연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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