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2부 〈7〉 기부로 바꾼 도심 생태공원
2015년 조성 축구장 38개 홍예공원… 척박한 토양탓 도심공원 역할 못해
도민 기부로 흙 바꾸고 나무 심어… 이산화탄소 年36t 흡수 도심 허파로
“기부금으로 심은 나무라니 한 번 더 눈이 가게 되네요.”
16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의 홍예공원. 산책을 하던 시민 김정훈 씨(63)가 아파트 2층 높이의 왕벚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에서 땀을 닦고 있었다. 그는 “시민들이 심은 나무가 진짜 숲으로 변해 가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축구장(7140㎡) 38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홍예공원(27만4738㎡)에는 소나무 1195그루를 포함해 편백 417그루, 산딸나무 407그루 등 11개 수종 4100여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최근 홍예공원은 도민과 기업 등이 기부한 돈으로 심은 나무 150여 그루까지 어울려 도심의 ‘보물 숲’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씨에게 그늘을 준 왕벚나무 역시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으로 심었다.
● 애물단지 도심 공원이 보물 숲으로
홍예공원은 2015년 조성된 도심 공원이다. 행정구역상 홍성군과 예산군에 걸쳐 있어 두 지역의 앞 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원래 버려진 임야였지만 내포신도시가 들어서고 충남도청 등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도심 공원으로 조성됐다.
홍예공원은 용봉산(해발 381m) 수암산(해발 280m)에 둘러싸여 있고 관공서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가깝다. 호수 2개(각각 3만6579㎡, 1만7169㎡)와 산책로 3개(총길이 2.84km)를 갖췄고, 자전거 도로와 다목적 운동장 등도 있어 신도시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토양 문제로 나무 생육이 더디고 쉼터 등의 편의시설이 부족해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원 토양 대부분이 굵은 모래(마사토)여서 시간이 지나면 입자가 단단해져 나무뿌리의 호흡과 생장을 방해했던 것이다. 나무 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유기물 함량도 기준치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도가 공원 내 구역 21곳을 조사한 결과 모두 유기물 함량이 기준치인 3%에 미달했다. 유기물은 토양, 물, 공기의 균형을 맞추고 땅을 부드럽게 해 뿌리가 뻗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토양의 질이 떨어지면서 공원의 나무들은 가지가 잘려 앙상해졌고, 공원 곳곳에는 썩은 이파리가 흩날렸다.
더 이상 공원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충남도는 지난해 10월 ‘도민 참여 기부 숲’으로 홍예공원을 탈바꿈시키기로 결정했다. 개인, 기관,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도민들과 함께 숲을 가꾸는 모델을 정착시켜 보겠다는 취지다. 일단 100억 원을 모아 느티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등 1000그루를 심는 게 목표인데 이달까지 38억 원이 모였다.
확보한 기부금으로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토양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기존 흙 2920m³를 퍼내고 근처에서 유기질이 풍부한 양질의 흙 3150m³를 가져와 채웠다. 애물단지 숲이었던 홍예공원은 기업과 도민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도심 속 허파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많은 주민들이 찾는 휴식처가 됐다.
충남도는 용봉산 수암산과 홍예공원을 연결하는 한편 어린이 놀이시설과 공연장 등 편의·운동·휴양시설을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이은철 충남도 혁신도시정주기반팀장은 “홍예공원은 도민의 작은 기부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라면서 “기부자를 알리는 이름표와 안내판을 세워 자부심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심 이산화탄소 매년 36t ‘꿀꺽’
홍예공원 같은 도심 숲은 기후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8월 홍예공원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한 결과 공원에 있는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왕벚나무 등 11개 수종 나무가 매년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량은 36t으로 집계됐다. 이는 승용차 45대가 1년 동안 1만 km를 달리며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다. 500mL짜리 페트병 32만 개를 생산, 사용,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량과도 같다. 수종별로는 홍예공원에 가장 많이 있는 소나무(1195그루)가 23.8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고 느티나무(162그루) 4t, 단풍나무(381그루) 2.8t, 왕벚나무(377그루) 1.1t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도심 숲은 도시의 열섬 현상과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심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최대 7도까지 내려주고, 미세먼지도 27%나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자원과 토양을 보존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
산림청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4733곳에 축구장 989개 크기인 706ha의 숲을 조성했고, 올해도 국비 870억 원을 들여 117곳(174ha)에 숲을 만드는 등 전국 도심 곳곳에 숲을 조성하고 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도심 숲은 최근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면서 “숲의 기능이 환경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사람의 감성,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기능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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