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판결문에 ‘이재명’ 48회-‘방북’ 150회 언급…法 “대북송금은 李방북 사례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7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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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7.12 뉴스1
법원이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의 성격에 대해 “이 사건(대북송금) 200만 달러는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하여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으로서, 방북 여부를 결정할 북한 상부에 대한 사례금의 성격이 있다고 보인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이뤄진 2018~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다.

판결문에 ‘이재명’ 48회, ‘방북’ 150회 언급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김 전 회장 판결문에는 ‘방북’이란 단어가150회, ‘이재명’을 언급한 것은 48회, ‘대납’은 43회 언급돼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2018년 11월경부터 2019년 12월경까지 경기도와 쌍방울이 이 전 대표의 방북을 추진한 경과를 모두 ‘인정되는 사실’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8년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이 전 대표가 북측 대표단을 만나 ‘가까운 시일 내 평양을 방문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 이후로 계속해서 방북을 추진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이듬해 1월 중국 출장에서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 등과 도지사 방북을 협의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2019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황이라 방북을 추진할 개연성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기도가 2019년 5월과 6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북측에 방북 요청 공문을 보낸 점을 근거로 들며 “경기도지사의 방북 자체는 공식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방북이 실현될 경우 경기도와 북한 간 협력사업에 관한 주요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보고 대납” 김성태 진술도 인정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화영을 보고 이 돈을 준다는 생각이 반이고 또 그 뒤에 누군가(이 전 대표)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도와주게 된 것”이라는 김 전 회장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쌍방울 내부 보고서에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신 납부해주면 (쌍방울이)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토가 담겨 있었던 점과 김 전 회장이 “개인 돈을 쓰면 적어도 제재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며 쌍방울이 불법성을 인지하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김 전 회장)은 북한 측에 500만 달러를 지급하며 그 일정 및 과정을 이화영과 모두 공유하고 논의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화영 김성태 유죄 선고 재판부, 李 재판도 맡아

김 전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앞서 쌍방울의 경기도 대북사업 및 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구조를 모두 인정하며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재판부에는 지난달 기소된 이 전 대표의 제3자 뇌물수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도 배당돼 있다.

검찰은 “재판부가 쌍방울이 북한에 500만 달러와 300만 달러를 송금한 목적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과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목적이었음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에 이어 다시 한번 명확히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은 “대북송금 과정을 보고받지 않았고 김 전 회장과도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북송금#김성태 판결문#이재명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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