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사직 처리로 하반기 전공의 결원 규모가 이날 확정되는 가운데, 대다수 전공의들은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정책을 믿을 수 없고, 필수의료를 할 수련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날까지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을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사직 후 1년 이내 재지원 제한 완화, 모집 과목 제한 완화 등의 ‘수련 특례’를 적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대부분 복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복귀 혹은 사직에 대해서도 어떠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전날(16일) “정확히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복귀하겠다고 의견을 낸 전공의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지방 소재 정형외과 전공의 A씨는 “정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기간을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고 하고, 지방에 있는 전공의가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전공의들은 그런 조건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필수의료를 할 수 있는 수련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서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지난 15일 ‘내과 교수님들께 보내는 편지’라는 이메일 을 통해 “정부와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이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6월 이후의 사직 처리에 대해 무대응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만행이 옳지 않듯, 우리의 행동도 일부 정당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월 이후 사직 처리와 가을 턴 모집은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붕괴를 막고 과거의 낡고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B씨도 “복귀를 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정부의 정책을 믿을 수 없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가 철회하고, 복귀 전공의들에게는 면허정지를 갑자기 하지 않겠다고 번복해왔다”며 “전공의 등 의료계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협의체 또한 마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전공의들은 병원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도 병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가 아닌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난 2월을 사직 시점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형사처벌(의료법위반), 퇴직금 불이익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오후 3시쯤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15일로, 사직 효력은 2월29일로 한다는 내용의 ‘사직 합의서’를 발송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이 소속돼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도 16일 밤 12시까지 복귀 또는 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이날 오전 7월 15일자로 사직 처리(1년차는 임용등록 취소)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전공의들에게 발송했다.
B씨는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개인 병원에 취업을 하거나 개업할 생각이라 얼른 사직서를 처리해달라는 입장”이라며 “수련병원 복귀를 고려하는 전공의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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