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난 익명의 40대 여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를 등교시키고 회사로 향하는 길이었다. 또 다른 60대 직장인 여성도 “비가 많이 온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출근 대란’을 걱정한 시민들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운동화나 구두 대신 장화나 고무 재질 신발을 신고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거나, 가방에 비닐 커버를 씌워 빗길에 단단히 대비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대문구 아현역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이서영(29) 씨도 “7시 30분에 나와도 늦지 않지만,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15분 정도 서둘렀다”고 말했다. 아현역에서 만난 40대 여의도 직장인 남성 김 모 씨는 “지하철로 사람이 몰리면 열차를 평소처럼 한 번에 타지 못한다”며 “그렇게 되면 낭패라서 일찍 나왔다”고 했다.
보도에 물이 찰랑일 정도로 내리는 비에 시민들의 바지 단은 흠뻑 젖어있었다.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도 비에 젖은 시민들은 걸어가면서도 옷과 머리카락을 연신 닦고 있었다.
대형 우산을 펼치고 몸을 움츠리며 역 출구 밖을 나서던 김선혜 씨는 “평소에 뉴스를 챙겨보진 않는 편인데 빗소리가 아침부터 살벌하게 들려서 뉴스로 다 확인하고 왔다”며 “장화도 신고 바지도 여분으로 챙겼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폭우 속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인증사진과 함께 위로와 격려의 글들이 쏟아졌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K직장인, #워킹맘, #비, 바람, 번개, 천둥을 뚫고 출근한다”며 ‘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노랫말이 담긴 빗속 출근길 영상을 게재했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나는야 하늘이 두 쪽 나도 출근해야 하는 K직장인”이라며 검은색 장화를 신고 빗물 위에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을 게재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 날씨에 출근한 K직장인 모두 칭찬해 드린다”며 격려했다. 이 밖에도 “집중호우에 평소보다 더 빨리 출근하는 K직장인”, “웃으며 출근해요”, “오늘 하루도 파이팅” 등 반응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9시 15분 기준 서울 지역 호우경보는 해지됐지만 빗줄기는 오는 19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30~100㎜고 많은 곳은 150㎜ 이상으로 예측됐다. 잠수교는 이날 오전 7시 10분부터 보행자 통행이 중단된 상태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북단으로 향하는 여의대로 5차로와 광운대역과 인덕대학입구 사이 광운로는 침수 위험이 통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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