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집주인들로만 구성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집값 담합을 주도한 ‘방장’이 적발됐다.
18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방장 A 씨를 형사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A 씨는 서초구 소재 B 아파트 소유자만 단체 채팅방 회원으로 받아들인 뒤 회원들과 함께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광고를 모니터링하면서 아파트 매매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매도인이 사정상 급매로 내놓은 경우에도 매도자와 이를 광고한 공인중개사에게 가격이 낮다며 전화나 문자로 항의했다.
A 씨는 공인중개사에게 “아파트 36평, 42평을 가장 최저가로 내놓아 다른 부동산들 제치고 혼자 파시던데 양심 없나”라며 “다른 집주인들과 양심 지키는 부동산들 생각하면서 일해라. 다른 집주인들도 지금 화가 많이 나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A 씨는 이처럼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매물을 특정 가격 이하로 광고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신고센터에 허위매물로 신고해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방해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A 씨가 만든 단체 채팅방에는 다른 공인중개사보다 낮은 매매가격으로 광고한 공인중개사에 대해 “가격이 너무 낮다” “그런 부동산은 응징해야 한다”는 성토가 올라왔다. 중개사의 실명과 사진이 공유되기도 했다.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인중개사 등의 중개대상물에 대한 정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순기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이번 사건은 아파트 단지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한 사례로, 건전한 부동산거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호가가 많이 오른 아파트 중심의 단톡방·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유사 행위와, 높은 가격으로 거래 신고 후 취소하는 거짓 거래 신고 행위 등 부동산가격 왜곡 행위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달 민생사법경찰국으로 조직이 강화 개편됨에 따라 부동산, 대부, 식품, 다단계 등 민생분야 범죄에 대해 더욱 엄중히 대처해 나가겠다”며 “시민들의 제보가 결정적인 만큼 관련 범죄행위를 발견하거나 피해를 본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범죄를 증거와 함께 신고·제보하는 경우 서울시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 조례에 따라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제보는 스마트폰 앱(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서울시 응답소 홈페이지(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 전화(120 다산콜)를 이용하면 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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