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실혼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8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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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24.6.20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24.6.20 뉴스1
대법원이 사실혼 관계의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나마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라고 밝혔다. 또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본질에 입각하면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원고인 소 씨는 동성 반려자 김용민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듬해 2월 소 씨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단은 같은 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 씨에게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내렸다.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법이 말하는 사실혼은 남녀 결합을 근본으로 하므로, 동성 결합과 남녀 결합을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동성 결합‘은 현행법상 ’혼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사실혼이 성립되지 않고, 따라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공단의 처분에 대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자의적 차별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신분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한 것”이라며 “혼인의 의사로 부부 공동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의 의의로 “지난 40여 년간 피부양자 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돼 왔다”면서 “이번 판시를 통해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간 결합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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