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마장면에는 18일 오전 9시까지 만 하루 동안 104.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반면 마장면에서 불과 40km 가량 떨어진 이천시 장호원읍에는 같은 기간 비가 6.5mm만 내렸다. 같은 이천시지만 동네별로 강수량이 15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같은 날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각각 46mm, 4mm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올해 장마의 특징 중 하나는 같은 권역에서도 천차만별인 강수량이다. 같은 지역이지만 한 동네에서 물폭탄이 쏟아지는 동안 옆 동네에는 비가 거의 안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17일 오후 10시까지 서울 노원구에는 132mm의 비가 퍼부었다. 하지만 30km 가량 떨어진 금천구의 하루 강수량은 10mm에 그쳤다. 10일에도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인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약 80km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는 시간당 3mm가량의 약한 비가 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과 극’ 날씨의 원인이 서쪽에서 발생하는 저기압과 정체전선(장마전선) 상에서 발생하는 중규모 저기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생긴다. 그런데 올해는 서쪽에서 수시로 발생한 저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선 사이를 통과하며 장마전선을 압축시키고 있다. 장마전선이 압축되며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이다보니 같은 권역이라도 띠에서 벗어난 곳은 강수량이 적은 반면, 띠 안에 포함된 곳에는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이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은 물론 중국과 몽고 내륙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증기 공급원이 많아진 탓에 저기압 발생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장마전선 상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중규모 저기압’도 변수다. 장마전선에선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서로 강하게 대치하는데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중규모 저기압이 형성된다. 이 중규모 저기압은 남서풍을 일으켜 수증기를 추가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또 수시간 내 발생과 소멸을 반복하며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퍼붓는다. 17, 18일 서울과 수도권 등을 강타한 물폭탄도 중규모 저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기상청은 막바지에 접어든 장마가 끝날 때까지 이 같은 국지성 호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권역 내에서도 강수량이 천차만별이다보니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시도별 예보보다 현재 레이더 영상과 동네 예보를 참고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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