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서이초 사건 때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보호해 준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담임교사에게 협박성 편지 등을 보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고발당한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악성 학부모를 만날 경우 견디거나 싸워야 하는 건 지금도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며 “무기력하고 두렵다”고 말했다.
18일 서울교사노동조합(교사노조)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는 지난해 7월 13일 자신의 자녀를 맡은 담임교사에게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편지는 끝까지 읽는 것이 좋을 것”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협박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돈 몇 푼이면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무언가를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같은 위협은 지난해 5월 담임교사가 하교하지 않은 일부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시작됐다. 사진에 자신의 자녀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낸 이 학부모는 학기 초 진행된 학교 위클래스 상담과 종합심리검사와 관련해서도 “아이를 정신병자로 만드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해당 학부모는 담임교사에 대해 허위 무고 민원을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신문고, 서부교육지원청, 시교육청 등에 지속해서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위협에 견디기 힘들었던 담임교사는 결국 시교육청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심의를 요청했고 교보위는 올 5월 해당 학부모를 존속상해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 담임교사가 강요, 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고소하자 학부모는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맞고소했다.
한편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인 1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선 시교육청과 교원단체 6곳, 교사유가족협의회 주관으로 공동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석했고 학생, 학부모, 교원대표가 ‘교육 3주체 공동선언’을 했다. 서이초 교사 유족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이초 사건 전후 많은 선생님이 돌아가셨지만 유족들은 심리 지원 등을 받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다”며 사망 교사들에 대한 순직 인정과 유족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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