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수처, ‘임성근 구명 로비의혹’ 이종호 전 대표 참고인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9일 09시 17분


이종호 “VIP 발언, 임기응변으로 둘러댄 것” 진술
공수처, ‘단톡방 멤버’ 통화기록 및 녹취파일 235개도 확보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의 모습. 2024.5.22/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18일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1심 재판부가 ‘컨트롤타워’로 지목한 인물로, 같은 해병대 출신인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공수처가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인물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18일 오후 이 전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공수처에 “VIP 발언은 공익제보자를 자처한 김 변호사가 먼저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발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또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나를 김건희 여사로 연결지으려는 음모론이 조성될 것이라는 주변 조언에 따라 당황한 마음에 임기응변으로 둘러댔다”라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자신과 통화 녹취 등을 폭로하고 공수처에 제출한 김 변호사에 대해선 “만약 단톡방(카카오톡 대화방) 멤버가 임성근 사단장의 팬클럽이고 구명로비 주축이라면, 같은 방에 있는 김 변호사도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구명로비와 주가조작 가담자인 것이냐”는 입장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야권 등에선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 친분을 매개로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변호사와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과 청와대 근무 당시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모 씨 등 해병대 출신 인사들과 ‘멋쟁해병’이라는 카카오톡방에 같이 있었다. 이 카카오톡방에선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이 추진되기도 했다.

공수처는 또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명했던 지난해 7~8월 무렵의 이 전 대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송 씨의 통화기록 및 녹취파일 235개를 확보했다. 이 전 대표와 송 씨 측이 “실제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적이 없다”며 이 같은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의 통신내역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 사이 이 전 대표와 전화나 문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휴대전화에선 송 씨와 임 전 사단장 간 통화 기록도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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