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폭우로 집이 침수된 이정소 할머니(79)는 충남 금산군 복수면 곡남3리 마을회관에서 열흘 째 생활 중이다. 마을회관엔 주택에 물이 차 이재민이 된 6가구가 함께 묵고 있다. 서로 의지하며 견디고 있지만, 대부분 70세가 넘은 어르신이다보니 심신이 지쳐간다. 이 씨는 19일 “잠에서 깨보니 정전이 돼 있고 이미 바닥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며 “내 평생 이렇게 끔찍한 일은 처음 겪어본다. 또 비가 내릴까봐 너무 두렵다”고 토로했다.
● 656명 미귀가…옥천 실종자 숨진 채 발견
전국 각지에 물폭탄이 쏟아지며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주택이 침수되거나 하천 범람 우려 등으로 몸을 피한 400여 가구는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67개 시군구의 1373가구 1945명이 대피했는데, 422가구 656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이들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민간숙박시설 등에서 지내며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씨와 함께 살던 초등학생 손자도 아동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빨리 손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추가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충북 옥천군에선 불어난 하천에 빠져 17일 실종됐던 50대 남성이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경기 안성시에서 폭우에 불어난 물로 배가 뒤집혀 실종된 2명을 수색 중이다. 18일 경기 파주에선 빗물이 찬 차량에 고립됐던 5명이 극적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 복구작업 본격화…온정의 손길도
19일 장마전선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각 지역은 본격적으로 복구작업에 나섰다. 40여 가구가 침수된 논산 강경읍 일대 마을은 전기·배관·보일러 회사대표 10여 명이 침수 가구를 직접 방문해 복구 작업을 도았다. 이들은 고장난 보일러, 전기와 배관 등을 무료로 수리했고, 벌곡면 등 다른 수해현장도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18일부터 20시간이 넘게 통제된 잠수교도 이날 오전부터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전체 760m 중 340m 정도가 물에 잠긴 평택시 세교지하차도도 소방당국이 다굴절무인방수탑차 등 특수장비까지 동원해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8~9일 최대 40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291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시에는 부산의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가 22~23일 수해복구 현장에 ‘사랑의 밥차’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경북 경주시도 익산시 망성면에 밥차를 보내 매일 400인분의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 수도권-남부 폭우 땐 충청권도 ‘비상’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 동안 또 다시 수도권과 충청권에 최대 150mm의 물폭탄이 쏟아질 전망이다. 18일 경기 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충남 당진에도 시간당 83.5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146mm) 등 전북 지역에 비가 쏟아질 때도 충남 부여(103.5mm) 등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충청권은 최근 비구름의 형태가 활 모양으로 휘는 사례가 많아져 함게 폭우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전선이 활처럼 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성질이 다른 두 공기덩어리의 힘이 강하게 맞부딪혔다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장마전선이 쉽게 남이나 북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그만큼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며 많은 비가 내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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