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 동신대 총장… ‘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 지정
지역-국가 발전의 새로운 동력… 힘 합쳐 지방대 위기 극복할 것
박종구 초당대 총장… 지역 특화 캠퍼스 3개 조성해
전남 6개 시군 특화산업 육성… 해외 진출 글로벌 허브 역할도
이호균 목포과학대 총장… 3개 대학 정원 일부 UCC로 옮겨
무전공-무학과 제도로 운영 예정… 4년-2년-단기 유연 학위제 도입
《전남 동신대-초당대-목포과학대 ‘UCC I-N-G 캠퍼스’ 출범
지방대학이 위기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등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 탓이다. 전남의 동신대와 초당대, 목포과학대가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지산학(地産學) 지역공공형 사립연합대학인 ‘UCC(University Community Collaboration)’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UCC I(Innovation)-N(Numerous)-G(Global) 캠퍼스’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인 교육 모델이다.
이주희 동신대 총장과 박종구 초당대 총장, 이호균 목포과학대 총장이 18일 동신대에서 ‘위기의 지방대 해법은 있다’를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지방대학의 현실과 UCC 결성 이유, 기대 효과 등 집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수도권 쏠림과 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어떤가.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고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학생 수는 2013년 79만2734명에서 2023년 77만8789명으로 10년 동안 1.76% 줄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대학 학생 수는 132만7562명에서 107만6585명으로 18.91% 급감했다. 비수도권 대학의 학생 감소 폭이 수도권의 11배에 달한다. 수도권 쏠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수도권 대학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이호균 총장)
―3개 대학 연합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예비 지정됐는데 어떤 부분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보나.
“지역공공형 사립연합대학인 ‘UCC’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혁신기획안을 제출했는데 대학 교육의 지형을 바꾸고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세 대학이 각자의 주도권을 버리고 지역을 살린다는 대의를 위해 의기투합한 진정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이주희 총장)
―UCC를 결성한 이유는….
“UCC는 지역소멸 위기를 타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지역에선 일할 청년이 없어 기반 산업체가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없어서 기업이 떠나는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유망한 미래 특화산업이더라도 성장할 수 없다. 좋은 기업이 없는 곳에 청년이 머무를 수 없고, 청년이 없는 지역은 인구가 감소한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기반 산업체에 필요한 인재를 소수다품종 맞춤형 교육으로 양성하면 기업에 인재가 수혈돼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좋은 기업이 살아나 기반 산업이 성장하면 청년들이 정착해 미래 특화산업도 꽃을 피울 수 있다. 기반 산업을 살리는 교육은 지역과 대학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기존의 대학 체제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UCC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 분야를 특성화로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소멸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지산학을 함께 움직여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필요한데 UCC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이주희 총장)
―UCC I-N-G 캠퍼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UCC는 ‘사람과 기업이 모이는 글로벌 전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I-캠퍼스는 △에너지신산업 △그린바이오 △미래농생명 △해양관광융복합 산업 등 전남의 4대 미래산업 분야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한다. UCC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교육 혁신과 산학협력, 전략산업 테스트베드도 구축한다. N-캠퍼스는 UCC의 핵심이다. 전남 시군의 기반 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정주형 취업으로 연계시킴으로써 미래 특화산업까지 키워낼 전진기지다. 기초자치단체별 미래특화산업은 △나주시(에너지, ICT) △장흥군(그린바이오, 웰니스) △영암군(신재생에너지, 스마트농업) △무안군(항공, 관광) △영광군(e모빌리티) △신안군(해양수산, 관광원예) 등이다. 기업체 임직원이 JA(Joint Appointment) 교원으로 참여해 교수들과 함께 프로젝트형 문제해결 수업을 한다. 자치단체는 보유한 유휴시설과 공실을 교육 공간 및 기숙사 공간으로 제공하며 내외국인 청년의 정주와 취업을 보장한다. N-캠퍼스는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따라 무한 변신과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생성형 캠퍼스’라 할 수 있다. G-캠퍼스는 외국인 유학생의 전남 정착뿐 아니라 전남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베트남 등 2곳의 G-캠퍼스를 확보한 상태다.”(박종구 총장)
―UCC가 왜 혁신적인 모델인가.
“지역이 살아나야 대학도 산다는 자세로 지역 발전에 올인하는 모델이다.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지역 속으로 더 깊이 뛰어들어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하는데 UCC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타 대학과 글로컬대학 설계의 출발점부터 방향까지 차별화했다. ‘글로컬’이라고 하면 대부분 글로벌에 방점을 두지만 UCC는 로컬이 먼저다. 시군의 기반 산업부터 살리고 청년을 정착시켜 미래 특화산업이 자라날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UCC는 새로운 대학을 또 하나 설립하는 것이 아니다. 세 대학의 정원을 모아 UCC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세 대학 정원을 구조조정하면서 UCC 정원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캠퍼스 교육시설은 시군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JA 교원과 대학 교원이 지역 중소기업체에 꼭 필요한 소수다품종 교육을 한다. 지역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인구가 빠져나가는 틈을 메우는 것이다.”(박종구 총장)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에서는 독일의 미텔슈탄트대와 유사하고 지산학 일체형 모델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본의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아시아태평양대학(APU) 모델과 비슷하다. 리쓰메이칸대 APU 모델은 일본의 소도시 오이타현 벳푸시에서 대학 운영자금과 땅을 공여하고, APU에서는 해당 자치단체에 글로벌 대학 캠퍼스를 구축한다. 자치단체의 정책, 관광사업 등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채택된 결과물을 시정에 반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현지 정주 취업률이 5% 미만이라는 것인데 UCC는 출발부터 지역 기반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때문에 정주 취업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박종구 총장)
―교육과정은 어떻게 바뀌나.
“3개 대학에서 정원 일부를 UCC로 옮겨 1단계로 총 600명을 선발하고 무전공, 무학과제도를 전면 시행한다. 특정 학과 중심의 캠퍼스 체제를 지양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유연한 학위제도를 도입해 4년의 교육과정이 필요한 분야는 학사학위과정, 2년의 교육과정이 필요한 분야는 전문학사학위과정, 석사 수준 이상의 역량이 필요한 융복합 전문기술 분야의 경우 포스트(Post)학사과정으로 교육한다. 단기 교육으로 충분한 분야는 마이크로디그리(MD)를 활용하고 비학위 단기 직업훈련 과정도 운영한다.”(이호균 총장)
―처음 해보는 시도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UCC를 자치단체와 기업에 제안했을 때 ‘매칭 펀드’가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UCC의 비전에 공감한 뒤로는 적극 협조하며 UCC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혁신기획안을 작성할 때만 해도 N-캠퍼스는 4개 시군이 대상이었는데 예비지정을 받고 난 뒤 신안군과 영광군이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혀 현재 6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지역과 상생하는 공유대학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하나씩 실천한 게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이주희 총장)
◇UCC I-N-G 캠퍼스
―동신대·초당대·목포과학대가 결성한 지역공공형 사립연합대학(University Community Collaboration) ―I(Innovation) 캠퍼스: 전남의 4대 미래산업 분야 인재 양성 ―N(Numerous) 캠퍼스: 지역 특성 기반 협력 성장의 전진기지 ―G(Global) 캠퍼스: 유학생 정착, 기업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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