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金여사 비공개 조사… ‘패싱’당한 檢총장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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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제3의 장소서 ‘도이치-디올백’ 조사… 끝날 무렵 보고
檢총장 “법 위에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 무너져” 비판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20일 검찰청 공개 소환이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대면으로 조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조사 일정과 장소 등을 모르고 있다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즈음에야 수사팀으로부터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 검찰 조직 수장이 현직 대통령 부인의 첫 대면 조사를 보고도 못 받고 ‘패싱’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장은 21일 주변에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번 사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0일 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20일 오후 1시 반부터 밤 12시를 넘겨 21일 오전 1시 20분까지 11시간 50분에 걸쳐 김 여사를 조사했다. 수사팀은 조사 시작 10시간 뒤, 조사 종료 1시간 50분 전인 20일 오후 11시 반에야 이 총장에게 ‘김 여사를 조사 중’이라고 보고했다. 2020년 4월경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3개월 만의 대면 조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한 곳은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로 확인됐다. 검찰청사가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이유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측과 협의한 결과 경호 및 안전상의 이유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조사 날짜, 시간, 장소는 조사 전날(19일) 밤늦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중앙지검이 김 여사 대면 조사 사실을 공개한 직후 대검 관계자는 언론에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이를) 보고받지 못했다.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중앙지검으로부터 사후 보고를 받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22일 이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가 공개 소환과 포토라인에 서는 상황을 피한 데 대한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조사를 비판하며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김건희 특검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직접 대면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특혜라 주장하는 건 과도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檢청사 밖 金여사 조사에, 檢총장 “저렇게 종결땐 국민이 믿겠나”


[檢, 김건희 여사 대면조사]
수사팀-金여사측, 19일 저녁 합의
李총장, 조사 끝날 때쯤 보고받아… “디올백 조사 불확실해 보고 늦어져”
중앙지검 해명에 “졸렬하다” 비판… 李, 이르면 오늘 거취 표명 가능성


김건희 여사를 대면 조사하는 과정에서 초유의 ‘검찰총장 패싱’이 벌어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며 주변에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계속 근무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주변에 “다른 걸 떠나 검찰총장이 국민과 약속했는데 못 지키게 된 것”이라며 “저렇게 사건이 종결된다고 (국민이) 믿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대면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해 미리 보고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서울중앙지검 해명에 대해서는 “졸렬한 행태의 해명이다. 국민에게 부끄럽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 뒤인 9월 15일에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장과 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의 갈등이 수사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 대검 “총장 포함 누구도 보고 못 받아”

중앙지검이 김 여사 측과 조사 방식과 시간, 장소를 확정한 건 하루 전인 19일 저녁이다. 수사팀과 김 여사 측 변호인이 긴밀하게 일정을 조율하는 사이 대검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장소 문제를 둘러싸고 김 여사 측은 검찰에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한해서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디올백 수수 의혹도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김 여사 측이 “서면 조사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대면 조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이 사건에 한해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에서 배제된 상황이라 수사 상황을 보고할 수 없고, 디올백 수수 의혹은 대면 조사 자체가 불확실해 미리 보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조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디올백 수수 의혹 순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일 오후 1시 반경 수사팀과 미리 약속된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 출석했다. 수사팀은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이 직접 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부터 조사했다. 오후 6시 반경이 넘어 김 여사는 식사 및 휴식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간 검찰은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며 김 여사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식 시간이 끝난 오후 8시부터는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직접 디올백 수수 의혹을 조사했다. 다만 검찰은 디올백 실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에 대한 보고는 조사가 대부분 진행된 뒤인 오후 11시 반경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시점에 대검 보고가 이뤄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고 절차가 그렇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팀도 죄송한 부분이 있긴 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이튿날 오전 1시 20분경 조서 열람까지 모두 마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소환 강조했던 이 총장 거취 고심

법조계에선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총장이 이를 몰랐다는 건 명백한 ‘총장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5월에 이 총장은 디올백 수수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전후로 “김 여사를 조사할 경우 검찰청사로 직접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조사는 이 총장의 뜻과 다르게 이뤄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장이 현재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이 김 여사 조사를 서두른 배경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 중인 한동훈 후보는 당 대표 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여당이 ‘한동훈 체제’로 바뀐 뒤 김 여사의 검찰 대면 조사가 이뤄질 경우 용산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조사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총장 패싱#조사 장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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