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2세 의붓아들 살해’ 계모, 살해 고의 인정”…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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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22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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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징역 17년…200회 찌르고 결박
대법 "미필적 고의, 살해 범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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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의붓아들(당시 12세)을 학대해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에 대해 아동학대살해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계모 A(44)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친부 B씨와 함께 2022년 3월9일부터 지난 2월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연필 등으로 C군의 허벅지 등을 약 200회 찌르거나, 눈을 가리고 의자에 결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 B(41)씨도 지난해 C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유기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당시 C군은 키 148㎝, 몸무게 29.5㎏으로 건강 및 영양 상태가 매우 불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과 2심은 아동학대살해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죄만 유죄로 인정, A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B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犯意)가 인정된다”며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A씨는 자신의 행위가 피해아동 C군의 건강이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가 피해아동에게 점점 누적되고 있음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C군은 사망 무렵 몸무게가 29.5kg으로까지 감소해 소아표준성장도표상 하위 3~5%이고, 체질량지수 역시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졌다”며 “체격과 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성인 여성인 A씨의 학대나 폭력을 더 이상 감내하거나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지난해 2월6일 C군과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왔을 때 제대로 걷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2월7일 심야에 C군이 통증으로 아파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했다”며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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