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교육 카르텔’ 교사 24명 송치…청탁금지법 위반 첫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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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22일 1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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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 위원 출신 현직 교사 등 포함
‘문항판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적용
“동기는 경제적 이유”…문항당 최대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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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현직 교사 24명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교육부와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후 첫 송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22일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해 총 69명을 입건해 이 중 현직 교사 2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수능출제위원 출신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직 교사 A씨 등 14명은 2019년 4월~2023년 11월 대형 입시학원 등에 수능 관련 사설문항을 제작해 제공한 대가로 금원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이 기간 동안 문제 수천개를 학원가에 넘기고 최대 2억5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EBS 교재 출제위원 이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 관계자는 “문항당 가격은 난이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학원 측에서 평균 문항당 10만원 언저리를 지급했다. 최대액수는 20~30만원 정도”라며 “다른 학원에 문제를 판매하지 말고 자기 학원에만 팔도록 한 전속계약금은 많게는 3000만원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2022년 5월께 ‘2023년 수능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출제 정보를 이용해 만든 사설 문항 11개를 시험 전 사교육업체 2곳에 판매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정부출연기관법 위반)도 받는다.

현직 교사 B씨 등 19명은 3년 내에 수능 관련 상업용 수험서를 집필한 이력이 있어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 결격사유에 해당되는데도 이를 숨기고 허위 심사자료를 제출해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이날 오전 수사 결과가 교육부에 통보되면 교육부 차원의 징계 절차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송치된 교사들 중 사전에 겸직 신청을 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에선 문항 판매 행위에 최초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송치된 교사들 중 일부는 “공무원의 겸직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 사유는 될지언정 형사 처벌 사안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수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청탁금지법은 ‘대가 없이 금품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데, 법을 보면 ‘정당하지 않은 금원’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돼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 매뉴얼과 판례상 돈을 제공한 목적과 동기,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관계 관련 법령상 허용 여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헌법 31조상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현직 교사의 문항 판매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정되는 첫 판례가 될 전망이다.

사교육 카르텔 사건은 전·현직 교원이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제공하거나, 대형학원 등이 수능 출제진 출신 강사로부터 킬러문항을 사는 등의 유착 의혹을 일컫는다.

현재 경찰은 교육부 수사의뢰 5건, 감사원 수사의뢰 17건, 자체첩보 2건 등 24건을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입건된 대상자는 현직 교원(범행 후 퇴직자 포함) 46명, 학원관계자 17명(강사 6명 포함), 평가원 4명, 입학사정관 1명, 기타 1명 등 총 69명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 교육부로부터 최초로 수사 의뢰를 받고, 8월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뒤 고액의 금원을 수수한다는 자체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교육부·감사원의 추가 수사의뢰 이후 사교육업체와 현직 교사 주거지 등에 대한 7번의 압수수색을 벌이고 관련자 105명을 조사했다.

경찰이 문항을 판매한 교사들을 먼저 송치한 만큼 향후 수사는 구매자인 대형학원 측에 집중될 예정이다.

국수본은 “현재 수사 중인 나머지 사교육 카르텔 사건(40명)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해 입시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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